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선거운동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부터 전교조 선거가 시작되었다.

위원장, 지부장, 지회장, 전국대의원을 선출하는, 소위 전교조 4대 선거이다.

나도 전교조 경기지부 시흥지회 전국대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고 출마했다.

 

그런데 선거 운동이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대상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부르조아 선거판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선거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나도 그랬다.

 

후보는 학교를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정세나 정책 등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선전하기도 하지만 결국 "잘 해 볼테니 한 표 부탁한다"이다.

선거운동원들은 - 평상시에는 한 번도 안 하던 전화를 - 조합원들에게 열심히 전화를 하고, 문자도 보내고, 메일도 보내면서 역시 "잘 해 볼테니 한 표 부탁한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부르조아 선거랑 별반 다를게 없다.

 

나도, 나름으로는 현 정세나 교원평가의 문제를 선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각 학교 분회장(학교 내의 전교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고, 학교 방문을 하면서 준비한 선전물 돌리고 "지지"를 호소한다.

"교원평가가 어쩌구 저쩌구, 그러니 교원평가 저지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 지지부탁한다"

 

정세에 대한 입장이나 교원평가에 대한 입장이 다르건 간에, 이런 선거 운동의 양태는 똑같다. 조합원을 철저히 대상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선거가 어차피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주장이 이러하니 나를 선택해 달라는 이야기 속에 조합원들의 이야기는 들어갈 틈이 없다. 찍어줄테니 나 대신 열심히 해보라는 이상의 것은 꿈꾸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피선거권자와 선거권자는 이분화되며, 선거권자는 대상화되는 것이다.

 

이러면 어떨까?

선거에는 쟁점이라는 것이 있다. 쟁점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조합원들이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쟁점을 조합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선거. 유세는 그저 앉아서 내 이야기를 잘 들으라는 것 이상이 아니다. 전화든 문자든 메일이든 그저 우리를 선택해 달라는 것 이상이 아니다. 차라리 학교나 지역에서 조합원들을 초청해서 쟁점과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기에서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서 각 후보들은 그러한 조합원들의 이야기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대안과 조합원들의 대안을 공유하는 자리. 그러한 자리들을 각 지역의 선거운동원들이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조합원들을 초청하는 자리. 후보가 주인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는 자리.

 

현재 조합원들의 주체적 인식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는 나의 책임을 그네들에게 떠 넘기는 꼴일 뿐이니까. 대신 더 이상 조합원들을 대상화하는, 기존의 선거 운동 방식은 그 어떤 의미도 갖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는 선전선동의 장이 아니라, 토론과 모색의 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