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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세훈이 도시를 단장한답시고 '디자인'에 미쳐서 무슨 볼만한 거리들을 조성한다느니 하며 설레발을 치더니만, 보도 블럭을 뜯어내고 시멘트를 바르고 그 위에 대리석 같은 이쁜 돌을 깔았더라. 구두 뒷굽이 길바닥에 안 걸리는 '여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고 선전하면서.
2. 관악구 같은 동네에서도 열심히 길바닥을 시멘트로 바르고 선 몇가닥 그어 놓더니, 걷기 좋은 길이라고 선전했다. 차마 대리석까지 얹을 돈은 없었나보다.
3. 간판들도 다 갈렸다. 모든 간판들이 다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줄을 섰다. 서울이 하니 전국이 다 따라하는 중이다. 서울 고속터미널 맞은 편 커다른 건물 간판들이나, 전주 시내 간판이나, 저 시골 읍이나 다 비슷하게 바뀌었다. 비슷한 크기로, 비슷한 글자체로,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재질로, 모두 다 일렬로 나란히.
4. 튼튼한 시멘트를 바르면 길바닥을 굳이 정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해마다 낭비라고 욕하는 보도블럭 교체 공사도 필요없고, 수선할 필요도 없다. 지저분하고 자꾸 흘러다니는 흙일랑 안 보이게 도시 곳곳을 길들을 시멘트로 바르면 예산 낭비할 근원이 없어진다. 도시 뿐이랴, 강 둑도 시멘트로 바르면 돈 들 일이 없다. 절간들 오르는 길도, 성곽 길도 다시는 정비할 필요 없게 단단한 시멘트로 발랐다. 그토록 비판했던 예산 낭비의 근원을 없애는 일이니 좋아해야할까?
5. 도시 미관을 생각하니 어지러운 간판을 그냥 둘 수 없다. 개성 있는 청진동 해장국이건 전주 콩나물 국밥집이건 튀는 간판은 줄여서 표준화했다. 깨끗히 정비하니 '보기가 좋을지'는 모르겠는데, 해장국 맛이 그 해장국 맛이 아닐 것도 같고, 콩나물 국밥도 전에 그 콩나물 국밥이 아닐 성 싶더라. 관원들은 시끄러운 간판 단속하고 규제할 일이 줄어들어서 편해지기는 했겠다.
6. 이른바 '공익 광고'에서는 날마나 '나란히 나란히'를 노래한다. 화장실에서 줄도 잘서고, 버스 탈 때, 횡단보도에서도 줄 잘 섰으니 참 잘했다 하고, '오늘은 또 무슨 일을 잘해볼까요?~'하고 어른다.
7. 재미없다. 줄 잘 서는 일은. 전국 어디 절간 앞이나 똑 같은 기념품을 파는 일이 신물나는 일이듯이, 저 남쪽 시골 거리나 서울 거리나 멋대가리 없이 같은 간판 따라 줄서는 일도 재미없다. 강이고 길이고 '지저분한' 흙 위에다 시멘트 발라 돈 아꼈다고 선전하는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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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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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젠가 본 것 같은데.... 암튼 나란히는 별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