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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의 고백

고등학교 때까지

나는 내 부모님의 학력을 계속 허위로 보고 했었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 본 아버지와

전쟁으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도 못 마친 어머니의

학력을

여차하면 국졸, 또 어떤 때에는 중졸로 수시로 바꾸어 적어냈다.

차마 학력 없음(무학)이라고 적어내기가 무안했다. 어린 마음에도.

해마다 1번 씩은

그래서 부모님 학력을 이번에는 어떻게 적어내나 고민해야 했다.

대학을 나왔다는 도시 사는 친구들 부모님의 이력이 부럽지는 않았지만,

씁쓸할 때는 많았다.

 

부모님의 학력과 직업과 직장과 소득을 굳이 적어내라고 할 때(학력은 없으며, 주소지가 곧 직장인데, 그리고, 몇 평 쌀 농사 짓는 사람에게 정기적인 소득이라는 것은 있지도 않으며 알수도 없는데, 어머니는 아버지랑 같은 농사꾼인데 어머니 직업은 주부라고 적어야 하나 농부라고 적어야 하나)

 

왜 그들이 알려고 하는지 모르나, 형제자매의 직업과 직장을 적어내라고 할때(큰형은 백수이며, 누나는 봉제공장에 다닌다거나 혹은 무허가 보습학원 선생이라거나 하는 따위의 사실도 적어내야 하는지 고민스러운데...회사원이라고 적으면 회사이름은 뭘 적어야 하나)

 

무엇보다 재산을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누어 적어내라는데(동산과 부동산의 개념도 몰랐지만, 동산의 가치란 것이 집에 있는 낡은 테레비나 라디오 같은 세간 살이의 가격을 말하는 것 쯤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뭘 적어내란 말이며, 논 밭 몇마지기 가격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안다면 뭐가 달라지나. 동산 0원, 부동산 대충 1000만원 이렇게 적어내란 말인가)

 

조작이란 조작, 허위 보고란 허위 보고는 그래서 그렇게 십수년간 계속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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