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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1. 하이패스?

고속도로 출입구에 하이패스라는 곳이 생겼다. 버스를 타고가다 보니, 자동 기계가 요금은 얼마이고

남은 금액은 얼마라고 '친절한' 기계음으로 알려주는 걸 봤다. 그 앞에는 무슨 해괴한 로봇 비슷한 기계 한대가 사람 옷을 입고 붉은 안내봉을 위아래로 휘두르고 있다. 요금소마다 저런게 다 있다. 저런 허수아비 인형 만드느라  고생했겠다. 지나갈 때마다 섬뜩한 생각이 든다. 사람대신 사람 옷을 입고 밤이나 낮이나 서 있는 저 인형들...괴기 스럽다. 여름도 다 지났는데. 저 목소리들과 저 인형들은 누구 누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일까? 머지않아 사람은 하나 없고 사람 탈을 쓴 엉성한 로봇들이 '서비스'하는 고속도로 요금소를 만나지 않을까?

 

2.자동식당?

뉴스를 건성으로 들으니, 독일인가 어디서든가 주문만 하면 사람  없이도 자동으로 음식을 날라다주는 식당이 생겼다 한다. 밥먹는 시간을 줄이려는지, 밥 차리는 사람을 줄이려는지?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에게 밥먹여 주고, 이빨도 닦아주던 '섬세한'  자동 기계가 떠오른다.  사장님, 그렇게 인건비 줄이고 시간 단축했으니 금새 부자되겠네?

 

3.교회?

수십일동안 잡혀있던 인질들이 석방되자마자, 선교사들을 더 열심히 보내겠다고 다짐들을 한 모양이다. 목숨 포기 각서도 쓰고, 구출 자금도 모으고 해서, 국가에서는  신경쓸일 없게 하겠다고도 했다 한다. 선교나 봉사나 알아서들 할 일이겠지만, 남 목숨 걸린 이야기를 그리 쉽게 해서야 되겠는가. 직접 협상하고 돈주고 목숨들 건져온것이 국가 위신 떨어뜨렸다고 한탄하는 입들이나, 앞으로는 자기들이 돈 내고 구출해올테니 걱정말라고 큰소리 치는 자들이나 어리기는 초등학생보다 못하다는 점에서 똑 닮았다. 신의 소리를 전파하는 것을 목숨 걸 사명으로 삼는다는 교회에서, 그렇게 혹독하게 시련을 겪고도 파병 군대를 철수하라거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라거나 하는 소리는 한마디도 안하는 것을 보면, 둘은 다른 옷을 걸친 한 통속이다.

 

4.초록이

며칠전에는 윙크하는 걸 배워왔다. 두 눈을 질끈 감는 윙크.  어제는 힘자랑을 배웠다. 두 주먹을 쥐고 끙 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말도 곧잘 한다. 웅얼웅얼 제일 잘 부르는 노래는 곰 세마리다. 아빠 곰은 '째째'하단다(뚱뚱하다를 장난삼아 째째하다로 바꿔 불러줬더니 아주 째째하다로 굳어져버린듯 싶다). 노래도 잘하고 말도 조금씩 하고(아직 암호같지만) 밥도 잘 먹고 울기도 잘하고 놀기도 잘 하니, 남은 것은 오줌 똥 가리는 일, 이것만 잘하면 사람 다 된 것이다.(기저귀값이 확 줄 것이다. 얼마나 기쁠까) 오줌 똥 가리면 독립 시킬까?...ㅎㅎ

 

5.혁신 실적?

듣자하니 민족문화추진회라는 고문서 번역을 주 업무로 하는 기관에서도 무슨 '혁신' 바람이 불어 고달펐다 한다. 어떻게든 '혁신' 실적을 내야 하니 쥐어짜는 것은 '국역'의 질이 아니고 양이 되었다. 실적을 근거로 예산을 타내려거든 그 내용이 어렵든 쉽든, 정확하게 번역을 했든 오류 투성이이건 번역 분량을 늘려야 했던 것이다. 이런 정신 나간 일들이 관공서나 학교나 연구소를 가리지 않고 지난 몇년간 꾸준히, 징그럽게 진행되었다. 연구자에게는 우선 논문 편수를 묻고, 음악가에게 무엇보다 우선 연주 횟수를 묻고 작곡 편수를 묻고,  작가에게 내용보다 발간한 책 수를 우선 묻고, 공무원에게는 만들어낸 문서 분량을 묻고...내용이야 어찌 되었건간에...

 

6.아프리카

제네바에 갔다 온 사람이 있어, 유엔 난민 판무관실에서 가져온 포스터를 놓고 갔다. 아프리카 어느 난민 수용소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이 크게 담겨 있다. 맨발로 웃고 뛰는 모습들 뒤로 흙먼지가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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