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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벽 - 6월 25일

1. 골목 감옥

광화문 옆 골목에 1시간이나 갇혀 있었다. 아무데도 나갈데가 없다. 아무리 따져봐도 묵묵부답이다. 이른바 선량한 '시민'들이 퇴근하는 길도 막무가내로 틀어막는다. 민변에 연락했더니, 변호사들이 곧 갈거라고 한다. 계속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라고 한다. 그 많던 인권 지킴이 조끼입은 사람들은 다 어디갔는가. 나는 아무런 이유없이 내 길을 가로막는 자에게 굳이 내가 저 건너편에서 무얼해야 하니 꼭 가야겠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 길을 내어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다. 내 권리라는 것이(법이고 나발이고 하는 폭력집단 앞에서 권리라는 것이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내가 굳이 소리높여 외치지 않아도,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내 권리라는 것이 처절하게, 철저하게 짓밟혔다. 변호사들은 오지 않았다. 기자들도 오지 않았다. 인권지킴이들은 얻어 맞는 장면만 주목하느라 정신이 없었을까? 1시간 넘게 골목에 갇혀 있던 수 십명의 '시민'들은 악을 썼다. 감옥 아닌 감옥. 아무도 모르는 감옥. 기껏 다가온 정복 경찰관들(전경이 아닌)은 한결같이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며 도망쳤다.

 

2. 휠체어 탄 장애인

한 시간쯤 실갱이 끝에 길을 터주겠단다. 그것도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 크기의 경찰 버스 옆 개구멍으로. 지휘관을 찾았다. 길을 막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더니, 사회공공복리와 질서유지를 위해서입니다. 됐습니까? 이런 근사한 대답이 나왔다. 지금까지 들은 답변 중 가장 훌륭한 답변이다.  그러고서는 아저씨 같은 사람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못나가잖아요 어쩌구 한다. 이럴 땐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이름도 소속도 감춘 이 오만방자한 폭력배 하수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오래 기다리던 휠체어 탄 장애인은 끝내 버스 사이를 지나가지 못했다. 장애인을 위해서 버스를 절대 치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이는 울먹이며 돌아섰다. 짐 자건거 탄 아저씨도 자전거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들은 버스로 막혀있는 다른 골목에서 또 똑같은 실갱이를 벌여야 했을 것이다. 통행방해죄? 웃기고 있네. 확실히 막아!! 이렇게 명령내리는 폭력배들 앞에서, 법을 지키라고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외치는 것이 얼마나 우스워지는지. 법은 법전에서만 존재한다. 논리는 교실에나 있을까?

 

3. 물대포

물대포를 맞았다. 등짝으로 맞아서 큰 타격은 없었지만. 아침에 보니 가방 속이 다 젖었다. 떠밀리다가 본의아니게 선두에 서는 바람에 안경을 날려버렸다. 아수라장 속에서 방패가 날아왔다. 무섭다. 저들은 왜 나에게 방패를 갈아 날리는가. 복무를 마치면 다시 학생이 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거나, 실업자가 될 저들은 왜 방패를 두드리고 부딛혀 맨손의 나를 위협하는가. 나는 왜 저놈들을 눈물나게 패고 싶은가. 안경이 없어 눈에 보이는게 없어졌다. 그저 인도에 서서 흐릿하게, 수천명의 로봇 병정들이 쓰레기처럼 흩어지는 '개쉐끼'들을 추격하고 거리를 점령하는 장면을 볼 수 밖에는. 왜 이런 영화같은 '멋진' 장면은 한결같이 테레비에 안나올까. 그 많던 기자들은 또 어디를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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