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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버타리아트 6

@ 6장 작업장 내 여성 건강 @

 

 

“‘건강’이라는 단어의 뜻을 단지 의학적인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행복한 상태(well-being)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면, 반대말을 ‘질병’보다는 좀더 폭넓은 ‘행복하지 않는 상태’(not-well-being)로 봐야 할 것이다. ‘질병’(dis-ease)의 본뜻은, ‘아픔’(illness)(‘ill’은 단순히 ‘well’의 반대다)보다 훨씬 폭넓은 것이다.” (115쪽)

 

 

“이 장은 임금노동이 여성의 행복한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는 의학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질병 이외에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불편함, 긴장, 불행감을 포함한 나쁜 상태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116쪽)

 

“첫 번째 질문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왜 여성을 남성과 구별해서 인식하는가? 물론, 노동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거나 유독물질로 오염됐다면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인체에 똑같이 영향을 끼치고, 여성을 다른 종족처럼 취급하는 것은 진정한 위험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여성을 취약한 존재로 보고 초점을 여성에 두면, 어떤 일자리에서는 여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차별적 정책을 유발할 위험이 없는가? 실제로 이러한 위험이 있다. …… 하지만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는 작업장 내 건강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몇은 서로 연관된 것들이다.” (116쪽)

 

“첫째, 그리고 가장 분명한 이유는 여성의 몸이 많은 면에서 남성과 다르다는 것이다. …… 덩치와 힘이 차이가 문제가 되는 건, 단지 특정 화학약품 노출치 또는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같은 현재의 안전 기준이 노동자를 젊고 튼튼한 백인 남성으로 전제하고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화학물질 노출치 검사는 보통 해병대에서 ‘자원자’를 받아 실시한다.) 이런 기준치는 몸집이 더 작은 이들과 늙거나 장애 때문에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을 수 있는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116~117쪽)

 

“몇몇 작업장 내 위험은 여성의 독특한 생리구조와 직접 관련된다.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영국 랭커셔의 면화 공장에서는 정해진 짧은 시간을 빼고는 여성들에게 기계 옆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흔했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생리 중일 때는, 아무 것이나 있는 그대로 이용해서, 보통은 기름 먹인 헝겊을 썼는데, 흐르는 피를 닦았다. 산업용 기름에 접촉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많은 여성은 음부 암에 걸렸다.” (117쪽)

 

 

“생리는 대등한 기회 제공과 관련된 논쟁에서 아주 예민한 문제다. 총체적 차별을 당하고 있는데다가 고용주들이 이 차별을 영구화할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여성주의자 가운데 ‘동등한 권리’를 강조하는 이들은 전통적으로 생리의 영향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여성이 생리를 하는지 아닌지가 고용주와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건 개인의 사생활 침해일 뿐 아니라, 기분 상하게 하는 농담부터 생리하는 여성 앞에서 일하는 남성에 대한 종교적 금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학대에 여성을 노출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접근법에서 보면, 한 사람의 생리주기는 어떤 식으로든 노동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순전히 사적인 것이다.” (118쪽)

 

“하지만 이런 신념은 여성들의 사적인 대화에서 보통 인정되는 또 다른 신념과 불편하게 공존한다. 그 신념은 생리는 (예컨대 위경련이나 생리 전 편두통 같은 것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육체적으로 진을 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생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평소보다 손재주가 떨어지게 만들 수 있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118쪽)

 

 

“여성 개인의 일터에서 보면, 생리 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거나 그저 생리를 잘 넘기지 않으면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생리를 감추고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거나, 사람들에게 생리 사실을 알리고 필요하면 휴식시간을 더 갖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생리 사실을 알리게 되면, 농담거리가 되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고, 어느 쪽도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 (119쪽)

 

 

“이런 주장은, (납이나 이온 방사선 같이) 태아에 해를 끼치는 물질은 남녀 성인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또 일터를 청결하게 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하는 고용주들이 연막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임 여성이 배제되고 나면,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임금을 조금 더 받곤 하는 남성들은 아주 위험한 환경에서 자신의 건강과 태어나지 않은 자식의 건강을 신경 쓰지 않고 일하게 된다. 이런 조처가 여성과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야근 금지 조항 무시나 병원 간호사의 방사선 노출 같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여성이 위험에 처하는 데에 무관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20쪽)

 

 

“여성이 생리적으로 남성과 다르다는 게 문헌상에서중요하게 부각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점 때문에 일터에서 여성이 겪는 불행은 전체 불행에 비하면 적다. 주된 위험은 생리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위험은 육체적으로 다르다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남녀 차별적 권력 관계, 직업적 남녀 구별, 여성에게 보살피는 일이 부여된다는 데서 비롯된다.” (120쪽)

 

“특히 뒤의 두 가지 요소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일터에서 여성들이 맡고 있는 많은 일 곧 청소, 조리, 바느질, 간호, 교사일, 사회사업 등은 여성들이 집에서 하던 일을 직접적으로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또 이 일들은 보살핌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보살핌의 핵심 요소는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아이가 화상을 입으면 어머니가 냄비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고 비난당한다. 남편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면, 불포화 지방만을 섭취하게 할 여성의 임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노망난 시아버지가 문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버스 밑으로 들어가면 시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며느리의 잘못이 된다.” (120~121쪽)

 

 

“여성들, 특히 어린 아이를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여성들 가운데 이런 태도를 어느 정도씩 내면화하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복지를 등한시할 뿐 아니라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걸로 여겨지는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런 태도와 보살피는 일을 떠맡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은 임금노동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22쪽)

 

“병원들은 가장 극적인 예를 보여준다. …… 간호사 대부분은 감염된 변, 토해 놓은 것, 혈액, 오줌을 매일 처리해야 하고, 감염된 바늘에 찔리거나 감염된 이빨에 물릴 위험에 직면한다. 많은 간호사는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극심한 등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면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122쪽)

 

 

“자신의 건강은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은 일과 무관하고 여성성의 일반적인 조건과 관련되는 듯하다. 진짜 남성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고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걸 두려워하는 건 ‘여성적인’ 것이다)이라는 남성우월주의 관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여성스러운 것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이 결국 이런 결과를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이 위험한 노동 조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남성답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지만, 여성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 건 이기적인 모습은 ‘여성답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123쪽)

 

 

“직업에서의 남녀 구별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물론 여성을 보살피는 일자리로 내모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이 분명히 구별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여성의 일은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립, 포장일, 특히 ‘손재주’가 필요한 일에 집중되어 있다. 유통업에서는, 여성은 금전출납기를 다루거나 값싼 물건들을 생글생글 웃으며 판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관리하거나 자동차, 컴퓨터, 음향기기처럼 비싼 첨단 제품들을 판다.)” (123~124쪽)

 

“이런 남녀 구별은 건강 문제에 몇 가지를 시사한다.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더 가난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터 밖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수많은 요인들과 맞부딪칠 여지가 더 크며, 이는 일터에서의 상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현상은 특히 홀로 살거나 혼자 가족들을 돌보는 여성에게 두드러진다. 또 주거환경이 더 나쁘고 오염된 지역에 살 여지가 높다. 부적절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여지도 높다. 무보수 가사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와 일터에서 남의 뒷바라지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다가 이런 스트레스까지 합쳐지면, 여성이 평소에 항상 느끼는 스트레스의 ‘기본수준’은 아주 높아진다. 그래서 일터에서 약간의 스트레스만 더 받게 되어도 위험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124쪽)

 

 

“공장이건 사무실이건 상점이건 여성들이 맡는 대부분의 일들은 좁은 범위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지속하는 일들이다. 게다가 집중적으로 무언가를 지켜봐야 하는 일들이기도 하다.” (124쪽)

 

“근육 일부를 긴장상태로 유지하고 자세를 바꾸지 않는 가운데 다른 부분은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신체 손상을 부를 수 있다.” (125쪽)

 

“이런 일거리 대부분의 또 다른 특징은.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성의 일은 이동이 잦다.” (125쪽)

 

“이렇게 한곳에 박혀서 일하는 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옮겨 다니느라 땅에 발을 딛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의 공간보다 넓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125쪽)

 

 

“하지만 좁은 공간에 묶여 있는 것이 몸에 끼치는 영향이 이런 업무 분리가 만들어 내는 유일한 언짢음은 아니다. 언짢음은 작업장을 지배하는 남녀 차별적 권력구조가 표현되는 과정에서도 겪게 된다. 보통 칸막이가 없는 열린 공간에서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 있는 여성들은 자유롭게 오가는 남성들에게 말 그대로 언제나 이용될 수 있다. 여성이 맡는 일에 비서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는 특정한 상사를 돕도록 규정되어 있겠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다른 관리자가 본디 업무 영역과 상관없는 일을 시키기 위해 부르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봐요, 커피 좀 타줄 수 있겠소?”) 일반적으로 지위가 대등하거나 낮다고 여겨지는 남성들(예컨대 우편 수발 담당자나 수위)도 지나가면서 거리낌 없이 방해하거나 농담을 던진다.” (126~127쪽)

 

“이렇게 언제고 남성들의 눈길을 끌게 되는 상태는 비록 그 눈길이 가장 부드럽더라도 신경을 거슬리는 것이 될 수 있다. …… 이는 더 심각한 성적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은 건강과 행복을 해치며 견디어야 하는 매일 매일의 악몽이 되고 만다. 의미심장하게도, 성적 괴롭힘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 곧 남성 무리가 여성을 구조적으로 학대하는 경우는 여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남녀간 업무 영역의 경계를 넘어설 때 나타난다. 또 여성들이 예컨대 건설현장, 인쇄소, 소방 업무 같은 ‘남성’의 일을 할 수 있음을 내세울 때도 그렇다.” (127쪽)

 

 

“나는 이 장에서 사회적 요소와 물리적 요소의 상호작용은 일터에서 언짢음을 유발하는 과정뿐 아니라 이 언짢음을 겪게 되는 방식에서도 극도로 복합적이라는 걸 보여주려 시도했다. …… 그래서 해결책 또한 다양한 측면을 지니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언제나 여성의 행복이 보장되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 내려면, 우리 사회의 기초가 되는 사회 관계 그 자체의 변혁을 일으키는 게 필수적이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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