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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이와 함께, 백사골에 갔다.
어느 인터넷에 서울 안에 있는 가 볼만한 유람지라고 나와있길래,
고등이를 꼬득여서 비오는 날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러 기어이 가고야 말았다.
그날은 웬지, 비오는 날의 나무 냄새를 맡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난, 내가 찾아가고자 하는 곳의 약도는 커녕 지명조차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오로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세검정의 선비들이 글을 읽던 자리'라는 것 뿐.
사실 어디서 내릴지 몰라서 버스 기사아저씨께 물었다.
"세검정에서 내려주세요"
"세검정 어디 갈건데요? 거기 꽤 넓은 데"
"아..... (목적지의 이름을 모르므로 할 말없음) 아.. .저기 선비들이 글 읽던 곳이요"
"음...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냥 대충 세검정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뭘?? 어쩌라고?? 버럭!!
관광안내도도 없었다. 그래서 파출소에 들어갔다.
고등이는 쪽팔리다며, 한사코 나보고 들어가는 거였다.
남자는 여자를 너무나 귀찮게하네~~
파출소에서 이 지역 관광안내도를 문의하자니, 그런 것은 없다는 반응.
어찌할까 하던 찰나, 나의 맘을 알았는지 어디가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크허허.
" 아... 이름을 잘 모르겠는데, 여기 근처에 선비들이 글 읽던 자리가 있다던데, 그곳을 가려고요"
" 이름 몰라요?"
"아... 저기 선비들이 글 읽던 곳에 가려고...."
나는 연신 선비가 글 읽던 곳을 비맞은 중 처럼, 중얼 거렸다.
그때 다른 경관이 거기가 백사골이고, 백사 이항복이 글을 읽던 곳이라면서
벽에 붙은 지도를 짚어가며 상세히 설명,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게되었어. 크허허.
마을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아기 자기한 예쁜 집들이 많이 나왔다.
어떤 집은 적당히 수수하면서도 참 예뻤고, 어떤 집은 참 얄밉게 저만 반지르르 했으며,
또 어떤 집은 참 어설프게 돈 있는 티를 내고 싶어했다.
그 많은 집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집이 하나 있었다.
낡고 오래된 단층 건물과 그 건물에 어울리는 주소문패가 달린 집. 그 소박함에 건배. 그 집 옆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어설픈 부르주아의 집도 있었다. 그 감시카메라 앞에서는 "뿡알 먹어라"를 함.
그리고, 백사골로~
<담쟁이가 예쁜 어느 집 앞>
<가시 철조망에 사실 경비까지, 담장쳐진 도시에서만 살고픈 욕망 혹은 두려움>
백사골은 정말 아기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오히려 호젓했던 곳.
작은 졸졸 냇물에는 버들치도 살고 있었다.
작은 오솔길은 과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의심케했는데...
결국, 부암동에서 올라간 우리는 바로 옆 평창동 기슭으로 내려왔다.
<백사골 입구>
<이 실개천에는 버들치와 맹꽁이가 산다>
<고등이와 나>
산속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아무대로나 막 가다보니,
마을 가는 길이 나타났다.
그 산길은 어느 집 뒷곁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곳을 빠져 나오려니 남의 집안이 훤이 다 보이는 통에 미안함을...
대문도 없던 집. 아마도 우리 처럼 길 잃은 사람들을 배려한 것일지도.
고등이가 무엇인가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무엇일까?
<평창동 산동네 골목과 무섭게 짖어대던 작은 강아지>
고등이가 무서워 한 것, 그것은 바로 '짖는 강아지'.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짖어대던지 나도 무서웠다.
이렇게 허름한 산 동네 밑에는 제법 아름다운 집들이 있고...
그 아름다운 집들은 또 다시 '담장을 쳐서' 자신을 가두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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