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

from diary 2011/02/07 18:54

 

 

돈 돈 돈.

아주 지겹다ㅡ. 무엇 하나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으니 정말 돈이 뭔가 싶네. 돈 쓰기 싫은데 살건 많고.

 

사고싶지 않지만 사야할 것 : 노트북. 옷.

사고 싶지만 못 살 것 같은 것 : 책 책 책

 


 

피부과 가야한다.

손등도 발목도 입술도 다 터서 말이 아니다. 며칠전부터 점점 심해지는 것 같더니 이제 절정.

뭐가 문제지? '그게 다 니가 채식해서 그래' 라고 하면 화낼거다. 화낼거다? 으잉 사춘기가 다시?

 

아 그리고. 척추센터도. 계속 못갔어. 미쳤어. 벌써 1월이 갔어. 이제 2월도 가버리고 있어....

학교 입학하고 나서 교정해야하나? 그나저나 학교도 입학 전에 한번 가봐야할 것 같은데. 학교라. 음.

 


 

졸업식에 가기 싫은데 친구들은 와서 축하해주길 바란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갈 수 있다. 나보다 한두살 어린 친구들의 졸업식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친구들의 졸업식에는 가고 싶지 않다. 친구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싫어서 는 아니다. 그냥 왠지 내가 졸업식에 가면 불쾌한 감정을 느낄 것 같아서 그렇다. 졸업이라는게 축하받을만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끝과 시작'을 알리는 날의 상징일테니까 본인들에게는 중요하겠지. 내가 축하해주면 기분이 좋겠지. 그런데 난 왠지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고등학교 라는 공간과 더 이상 얽히기 싫다. 학교 근처에도 가기 싫다. 이러한 것을 친구들은 알까. 아니 준호는 알까. 준호는 이런 내게 배려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배려심이 없는건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두 달 다니다 학교 때려치면 학교에 대한 공간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그러한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야말로 배려심이 없는 것 아닌가. 어째서 나만 배려심 없고 이기적인 사람이란 말인가. 그냥 각자의 사정이 있는거지.

 

졸업이라는게 축하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졸업을 축하해줄 수는 있다. 근데 꼭 졸업식에 가서 축하해줘야하는건가? 솔직히 말해서 귀찮고 왜 가야되는지 모르겠다. 가기 싫다.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몇 명 보냈다는 말과 형식적인 식순들을 다 들어야한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해. 끝나고나서 밥 정도 한 끼 하는 건 괜찮다. 그런데 사실 그것조차 지금 내게는 부담스럽다. 이런 나를 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사람 만나기 싫은데 어쩌라고.

 

빈마음으로 행동한 적 없다. 빈마음의 선물을 해본적도 빈마음의 축하를 해본적도. 그래서 내가 하는 것들은 모두가 진심이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빈마음이라 하더라도 타인을 위해서는 그 정도는 '배려'하고 감수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정말 그런가. 자꾸만 배려를 강요당하는 기분. 그래서 더더더 벗어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성남동 약속 때 안나간건 뻔하디 뻔한 만남이 싫었던거다. 영화보고 밥먹고 노래방가고. 딱 질색. 소비 소비 소비 로 물들여질 시간들. 그리고 그 날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다. 그 전날 통영 갔다와서 13시간 자고도 모자라서 하루종일 침대에 박혀있었다. 그렇게 자고도 모자라 밤에도 자고 오늘 아침에는 코피까지 흘렸는데 내가 그 때 나갔으면 난 진짜 쓰러졌을걸. 그리고 그 날 만난다는 사실을 만나기 20분 전에 알았다. 그런데 내가 그 상황에서 나갔어야했나? 어차피 10일에 볼 거였는데. 에휴ㅡ. 모르겠다. 뭔가 관계가 이상해져버린 듯한 느낌. 풀어야하는데 풀기가 싫어서 10일 졸업식도 가기 싫고 그냥 만나는 것 자체가 싫다. 혼자 있고 싶다. 꾹꾹꾹.

 

근데 또 내게는 거의 유일한 친구들 이어서. 이 친구들이 내게 마음을 많이 써준것도 사실이라서. 그깟 졸업식 한번 가는걸 이렇게 힘겨워하는 내가 너무 밉다. 그런데 왠지 멀어져버린 친구들. 열여덟살에 수능 칠 때 애들이 우리집 앞에 와서 초콜렛이랑 각종 간식들을 선물해준적이 있다. 그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긴 한데 그러한 것을 빚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제 통화할 때 느낀건데 약간의 보상을 바라고 있더라. 조금 놀랐다. 그런데 확실히 내가 해준게 없긴해. 모르겠다. 열아홉 때 친구들에게서 너무나도 많이 떨어져나와버린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영화도 어쩜 그리 재미가 없는지. 시도했다가 꺼버렸다. TV는 원래 잘 안보고. 책도 읽기가 싫다. 쌓여버려서 그런가. 뭔가 의욕이 없는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할까. 입학전까지 이제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잘 보내고싶다. 잘 보내고 싶어서 이러는건가. 그냥 막 보내야지 하면 잘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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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7 18:54 2011/02/07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