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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네그로폰테 인터뷰 1996년 1월16일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다. 9년여만에 읽어보니, 네그로폰테가 한 말 가운데 우스운 말이 많다. 질문자도 여러모로 웃긴다. 심심풀이로 다시 읽어볼만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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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인터뷰(한겨레신문, 1996년 1월16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52) 교수는 뉴미디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전세계 70여개 유명 기업의 후원을 받는 세계 최고의 멀티미디어 관련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그는 미국 정보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네그로폰테가 멀티미디어의 전도사라면, 빌 게이츠는 그의 "복음"을 따르는 장사꾼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의 미래관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이 탈중심화와 권력의 분산을 유도해 민주주의를 촉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이다. 이는 멀티미디어 기술과 인터네트로 전세계에 미국식 사고방식과 문화를 전파해, 다시 한번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기보다는 미국이 바라는 미래상을 세계에 알리고 다니는 그의 사고방식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자신의 책 <디지털이다>의 한국어 번역판 출판을 계기로 15일 한국에 온 네그로폰테 교수를 만나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 줄 사회변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교수의 책 제목 "빙디지털"(being digital,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이다"로 번역함)은 어떤 뜻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제목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뭔가.

 

="빙"은 영어에서는 많은 뜻을 갖고 있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생활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이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이, 사고방식이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싶었다. 디지털화는 대량생산 대신 소량 다품종생산을 촉진할 것이다. 각각의 것이 나름의 특성을 가져, 다양성이 크게 신장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합의하는 한가지 "정답"이 없는 세계다.

 

-<디지털이다>는 미래사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일반인의 권력강화, 탈중심화 곧 민주주의의 촉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보화가 촉진될수록 정보의 집중이 심해지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미디어그룹의 거대화, 세계화가 그예다.

 

=물론 집중되는 것도 있다. 왜냐하면 전세계에 빠르게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이다. 하지만 작아지는 것도 많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 많은 상품은 한두사람이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가장 간단한 예가 책이다. 전자책. 전자잡지의 발달로 선택의 여지도 계속 커지고 있다. 모든 사람의 필독서라는 개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는 생각의 다양화, 생활방식의 개성화로 이어져 정부가 국민을 쉽게 통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정보가 다양해진다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할까. 서로 모순되는 정보들 가운데 진짜 정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아닌가.

 

=인터네트로 권위있는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의 전자신문에 접속해 "어느 어느 기업이 올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사람이, 사설게시판에서 반대되는 것을 봤다고 생각해보자. 판단의 기준이 제공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 것이냐라면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갈수록 거대한 정보제공자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어 설명했을뿐이다. 뛰어난 요리법을 배우거나 낚시 기술을 익히는 데까지 거대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교수는 인터네트가 미래 정보민주화 사회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네트는 너무나 정보가 많아 원하는 것을 제때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터네트가 "정보의 쓰레기통"이 되고 말지 않겠는가.

 

=거기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인터네트가 요즘 너무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잡음"이 너무 많이 섞여있다. 이 잡음을 제거하고 진짜 정보만 골라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정보가 너무 많아 제때 찾기 어려운 문제는 또다른 측면에서 해결될 수 있다. 앞으로는 한가지 정보를 찾기 위해 밤을 꼬박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 정보 검색을 지시한 뒤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교수의 미래관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은 "세상이 원자에서 비트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

 

=신문을 예로 들면 종이에 인쇄한 것은 원자의 세계다. 전자신문은 비트(디지털정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세계에 속한다.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팔던 영화를 디지털신호로 바꿔 컴퓨터통신망으로 팔게 될 것이고, 음악도 컴팩트디스크에 담아 파는 대신 컴퓨터파일로 만들어 팔 수 있다. 비트의 세계와 원자의 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손쉽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번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멀티미디어라는 것은 음악 비트와 영화 비트, 문자 비트를 하나로 섞은 것일 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통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은 저작권 침해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결책이 있겠는가.

 

=저작권은 예술가(또는 기술자)를 보호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이익이 판매 대리인에게 돌아간다. 이런 형태의 저작권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결책도 충분히 나올 것이다. 예술가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되, 사는 사람이름 따위를 상품에 넣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상품의 개인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교수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주입식 일변도라, 미래사회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암기도 어느 정도는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다. 문제는 제대로 쫓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 마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교육의 개성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같은 것보다 다른 점을,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풍토만이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은 어떤가. 하드웨어는 잘 만들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뒤진다는 지적이 많은데.

 

=교육제도를 볼 때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은 놀랄 일이 못된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다르다. 물론 단기적으로 외국의 뛰어난 기술자를 불러와 제품을 만들 수는 있다. 오래가지는 못한다. 기업이 바뀐다고 될 일도 아니다. 학교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이 안된다.

 

-현재 한국의 위치는 어떻다고 보는가.

 

=10년전의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외국에 대해 훨씬 개방적이고, 국제무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신기섭 기자)

2005/05/30 17:33 2005/05/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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