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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리처드 레빈스의 세계관

스티븐 제이 굴드와 함께 유명한 좌파 진화생물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레빈스 하버드대학 교수 인터뷰가 <참세상>에 올라왔습니다. 그가 리처드 르원틴과 함께 쓴 굴드에 관한 글 래디컬하다는 건 무엇인가?를 제가 번역한 적 있는데, 이번 인터뷰를 보니 막연히 짐작했던 수준이 아닙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주옥같은 말들을 하는군요. 꼭 인터뷰 전체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과거에 휴먼게놈 프로젝트처럼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보증수표처럼 인식되고 있다. 급진주의자들은 이러한 모든 인기 영합주의를 거부해야 하며, 또한 과학을 과학 외부로부터 조종하려는 어떤 것도 거부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허용을 지지하지만, 그게 모든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과학 연구의 자유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언제나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모든 것을 자료로 바꾸려고 하는 과학주의 (이를테면 비용-효과 분석), 그리고 또한 과학의 신비화에 대항해서 말이다. 현재 부시 정부는 이중 관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들은 과학적 근거 - 그들의 정치적 관점을 합리화시켜줄 과학적 근거 (이를테면 기후변화 문제가 결코 심각한 게 아니라는)를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신비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지적 설계론 같은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이 대두하고 있는 거다. 이는 우리의 싸움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학을 방어하고 과학을 비판해야 한다. 또한 지식 산업의 상품화된 산물을 비판해야 하고, 과학의 의제를 변화시키려는 투쟁을 해야 한다.

 

과학 산물의 이용과 관련하여 과학자와 노동자들의 계급 이해를 통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누가 과학자가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쿠바가 강력한 과학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민 전체가 인재 모집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이다. 무상 교육에, 인종 간, 성별 간 차별을 극복하면서 누구나 과학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 사회의 구성이 바뀌어, 흑인이, 여성이 지도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다.

내가 속한 (쿠바) 기관과 연구소들만 해도 여성이 대표로 있거나 비중이 절반이 훨씬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학자는 일부 기득권 계층 출신인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자신의 출신 배경에 따른 정치적 태도를 가지기 마련이다. 형제 중 한 명은 의사요, 하나는 농장 소유주, 또 다른 형제는 상원의원...

 
정치의식이 일정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지적 자원이 필요하다.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는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필요는 절박감을 낳고 이는 때로 지름길을 쫓다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실을 말하자면, ‘필요’와 ‘훌륭한 생각’이 만났을 때만이 긍정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다. 소련과 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이 망하기 전에 이미 우리는 대안적 농업개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쿠바에서 생태혁명이 가능했었던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소련의 패망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필요’보다, 그동안 내부에서 발전 전략을 두고 투쟁하며 준비해왔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왜 다른 사람들이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또한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분명한 인식을 하고 이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좌파에게 마르크스주의 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 문제는 교조적인 슬로건화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전 세계 좌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끌어들여 해석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시기일수록 운동의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항이 폭력적일수록 급진적인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포자기의 행동일 수도 있다. 어떤 계획을 세울 때, 과연 우리가 지지를 끌어내고자 하는 대상, 우리의 상대편, 그리고 우리 운동 내부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우리의 행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비판적으로 성찰해보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정치경제학, 프랑스의 사회주의, 독일의 철학을 마르크스주의의 세 가지 원천이라고 이야기했다면, 오늘날의 혁명 운동은 생태운동, 민족해방운동, 페미니즘에서 그 자양분을 얻고 있다. 운동은 이러한 생각들에 개방되어 있어야 하며 서로 제휴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운동에서 변증법적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출처: 홍실이, '과학, 사회, 혁명운동 그리고 변증법 -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리처드 레빈스의 세계', <참세상>, 2006년 2월27일. (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5381)

2006/02/27 13:51 2006/02/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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