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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3주

영국 생활이 3주를 넘겼다. 4일 한밤에 리즈 공항에 도착해 지금까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5일 아침부터 리즈 시내를 발이 아프도록 헤매고 돌아다닌 걸 시작으로 해서 8일 낮에 가족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까지, 머리속에 있던 생각은 오직 빨리 집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가족이 12일 밤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보통 집 구하는 데 2주일이 걸린다고 하니 적어도 일주일은 호텔에서 묵어야 할 판이었다. 호텔비도 호텔비지만 불편이 보통이 아닌 생활이니, 집 구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던 것이다.

 

다행히 가족은 12일 딱 하루를 호텔에서 지내고 13일에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는 18일부터 동네 학교에 다니게 됐고, 전화와 인터넷 연결, 텔레비전 구입과 시청료 납부, 은행 계좌 개설, 전기와 수도 사용자 변경 등록까지 모두 마쳤다. 어제는 친절한 한국분의 도움으로 중고 차를 구하고 오늘 보험 가입까지 했으니, 이제 영국 정착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끝난 상황이다. 3주만에 했으니 빠르다면 빠른 것이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먼 외국에 가족과 와서 정착한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고생과 돈이 드는 일임을 실감했다. 특히 영국 물가는 살인적이다. 1파운드는 한국돈으로 1900원쯤 하는데, 물가를 생각하면 1000원도 안하는 것 같다. 게다가 가족들이 영어를 못하니 내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 그래도 가장 낙관적인 사람은 11살짜리 딸 아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도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기죽지도 않는다. 눈치와 관찰로 상황을 파악해 나름대로 대처한다. 심지어 어제는 선생님 질문에 답을 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자기에게 기회를 안줬다고 아쉬워 할 정도였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보다 유연하고 열려 있다는 걸 절감한다.

 

영국에 대해서 평가하기는 아직 턱없이 이르지만, 이 나라 사람이 과연 전반적으로 한국 사람보다 정말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일찍 퇴근해서 오후 7시, 8시만 되면 집 밖에 거의 나오지 않는 사람들... 과연 그들은 집에 틀어박혀서 뭘 할까? 지금으로서는 가장 궁금한 것이지만, 실상을 알아내기는 아주 힘들 것 같다. 좀처럼 닫힌 문이 열리지 않으니 말이다. 요즘은 한국도 별로 다를 것이 없지만 말이다. 앞으로 1년동안 이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면, 영국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비하면 영어 실력이나 대학원 공부, 여행 경험 따위는 아주 사소한 성과일 것이다.

2007/09/27 01:15 2007/09/27 01:15
14 댓글
  1. 현현 2007/09/27 02:27

    한동안 적응하느라 피곤하시겠어요
    바쁘시더라도 가끔 그 곳 소식 좀 들려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성과 얻어서 돌아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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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뻐꾸기 2007/09/27 07:29

    오, 저랑 비슷한 처지이시군요. 저도 몬트리올에 온 지 한 달 되었답니다^^.즐거운 영국생활이 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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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개토 2007/09/27 10:57

    영국가셨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제 좀 정리가 되신 모양이네요. 즐겁게 지내다 오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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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회사원2 2007/09/27 11:09

    그나저나 늘 소고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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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행인 2007/09/27 12:33

    호오~ 정착기군요.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더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영국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긴 합니다. ㅎㅎ 항상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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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바리 2007/09/27 17:02

    아이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네요.
    그저 온가족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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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arishin 2007/09/27 17:46

    모두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현현님, 적응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 영어로 말해야 하는 것도 굉장히 스트레스 쌓이는 일입니다.

    뻐꾸기님이 쓰신 건 저도 봤습니다. 잘 정착하셨죠?

    개토님, 연락도 못 드리고 왔는데 소식은 들으셨군요. 개토님도 즐겁고 건강하십시오.

    회사원2님,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소고기는 별로 먹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함께 오신 저희 어머니 덕분에 거의 한국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답니다.

    행인님, 여전하시죠? 논문은 잘 되시나요?

    바리님, 아이가 역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나더라고요. 어제는 수학 시간에 답을 아는데 말을 못하니까, 종이에 써서 보여줬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적극적이어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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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블랙 2007/10/01 00:51

    ㅎㅎ.신선배..마리 정말 기특하네요..선배도 이제 워밍업 끝나신듯하궁.
    박선배도 분명 뭔가 준비중이겠죠?..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가끔 들러 소식보고 갈께욤^^..여론팀Jye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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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arishin 2007/10/01 22:22

    블랙님, 반갑습니다. 별일 없이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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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김천희 2007/10/02 10:56

    신기자님!기억하실런지요, 전에 당대에 근무했던 김천희입니다. 멀리 영국까지 가셨군요. 가끔 여기에 들러 좋은 글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성과 거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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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arishin 2007/10/03 17:56

    김천희님, 너무 반갑습니다. 요즘은 당대에서 일하지 않으시나요? 멀리 와서 소식을 접하니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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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김천희 2007/10/04 18:19

    ^*^ 예. 작년에 사회평론으로 옮겨서 학술팀을 맡고 있습니다..행복한 나날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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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영국은... 2007/10/12 05:23

    영국은 몇년 계시는지에 따라 얻는 경험과 느낌에 차이가 많을 걸요... 1-2년 살다간 사람은 안좋다는 쪽으로, 4-5년이상 산 사람들은 좋다는 쪽으로 쏠리는데, 그건 영국/유럽사람들의 다소 폐쇄적이지만 정이 깊은 문화-미국과는 대조적인-와도 관련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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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marishin 2007/10/12 21:53

    '정이 깊은 문화'라... 그렇군요. 제 첫 인상은 겉으로는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냉정하고 정이 없어 보이더군요. 여기 한국 사람들 가운데는 '일본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영국 사람을 평할 생각은 전혀 없고, 다만 그들의 고민, 고통은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즐거움도 당연히 있겠지만, 고통과 고민을 알아야 사람을(영국 사람뿐 아니라 한국 사람까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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