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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구글은 광고도 좋다?

* 이 글은 아샬님의 [[잡담] 돈까지 들여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이 글이 비판하는 대목은 내가 하려던 이야기와 논점이 많이 벗어나 있다. 내 주장은 1.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이 광고를 게재하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고, 광고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블로그 운영에 돈이 들기 때문에 광고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는 건, 구차하다. 이렇게 두가지다. 첫째, 광고를 피해야 하는 건, 블로그가 1인 미디어이건 아니면 개인의 일기장이건, 한 개인의 독립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독립적인 영역에 상업성을 개입시키는 순간, 자본의 상품화 논리에 포섭된다. 이 말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구글의 광고문구를 거는 순간 상업적인 글쓰기, 상품화 논리에 충실한 글쓰기를 시도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자신의 아주 사적인 영역까지 자본의 침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삶 전체는 자본의 논리 또는 자본의 상품화 전략에 오염되어 있다. 한 구석이라도 자본의 침투를 배제하는 구석을 지키는 건 소중한 일이다. 자본의 잔인함 때문이다. 자본은 돈이 되지 않는 것에는 가치를 전혀 두지 않으며 모든 걸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먹으려 한다. 이는 잔인하다 못해 소름끼치는 태도다. 인간의 삶은 돈 또는 상품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함이 있다. (외국의 학자들 가운데는 광고가 붙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는 결코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이 땅에는 그런 사람들 거의 없지만... 그들이 과민증 환자여서 이런 게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하고 그 포스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말고... 그것까지 내가 어쩌겠나... 둘째, 블로그 운영에 돈이 든다는 이유는 광고를 유치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아주 유치한 수준에서 말하자면, 구글의 애드센스가 한국에 상륙하기 전에 블로그 만들지 않았나? 블로그를 돈을 들여서 운영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아샬님이 예로 든 첫번째 이유인 거대 자본(포탈 서비스)의 횡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거대 자본의 횡포를 피하기 위해서 돈을 들였는데, 그 비용을 벌충하려고 다른 거대 자본을 끌어들인다? 이상한 논리가 되지 않는가? 또, 그럼 구글은 횡포를 부리지 않는가? hof님이 쓴 '구글 Adsense 주의하실 점 3가지'라는 걸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클릭률,통계등을 말하지 마세요. 몇명이 와서 몇명이 클릭했고 그래서 수익이 얼마라고 말하는 것은 이용약관의 7.기밀유지의 (b)항목을 위반할 수 있습니다. (한글 약관의 내용중에서 명확하지 않은 표현 또는 영문약관과의 차이가 있다면 영문약관이 우선합니다.)

 

구글이 무엇 때문에 이런 기밀유지 조항을 뒀을까? 또 한가지 지적할 구글의 횡포는 광고를 클릭한 숫자만 계산해서 돈을 준다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광고의 기본은 노출이다. 사람들에게 광고가 노출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클릭을 했느냐는 부차적이다. 전세계 수많은 블로거들을 끌여들여 실컷 광고를 노출시켜 장사는 잔뜩하고 그에 대한 대가는 '클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푼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횡포가 아니면 뭐가 횡포인가? 구글이 광고주를 유치할 때는 뭐라고 할까? “광고의 노출 빈도는 엄청나게 높지만, 그에 비해서 비용은 아주 적다. 게다가 문자로만 된 광고여서 거부감도 없이 노출될 수 있다.” 내가 광고주라면 이보다 더 멋진 광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번째로 든 이유, 자유로운 스킨 기능이라는 건, 한편으론 중요하다. 내가 진보블로그에 가장 큰 불만이 이 부분이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내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학적으로 신자유주의로 분류하는 건 솔직히 편가르기 이야기 밖에 안 된다. (생략) 이 글의 비판은 단순히 문화적 보수성에 의거한 것 같아서 트랙백을 건다.

 

이 부분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예를 들어 구글과 이글루스(한국의 벤처형 블로그서비스업체)가 같다고 생각하는가 정말로 묻고 싶다. 구글을 꺼리는 게 문화적 보수성이라고? (한가지 오해의 소지를 미리 없애자면, 이글루스가 한국 기업이어서 예를 든 게 아니다. 나는 민족주의니, 국가주의니 이런 거 이야기만 들어도 현기증나는 사람이다. 개발자 몇명이나 몇십명들이 애쓰는 미국의 어느 소규모 업체여도 마찬가지다. 아는 이름이 없어서 이글루스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다 같은 기업이고 자본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존재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대기업 구글과 구멍가게식 업체에 차이는 있다. 이 차이를 아예 무시하는 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다.) 추가: 까먹은 것 한가지 추가... 그럼 네이버 같은 상업적 사이트의 블로그 쓰는 사람은 다 뭔가? 이상한 것들인가? 그렇지 않다. 설치형 블로그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해봐서 안다. 가장 복잡한 설치형이랄 수 있는 뉴클리어스를 이용해봤는데, 프로그램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이 너무 크다. 알아야 할 것도 많다. 호스팅업체도 따로 구해야 한다. 자본이 싫어서 자본이 제공하는 것 모두 버리고 자급자족하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다만 상업적 블로그가 꺼려진다면, 고민을 해볼 여지는 있다. 진보블로그같은 게 하나의 대안이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그런 번거로움을 극복하고 설치형 블로그까지 설치한 사람들이 다시 자본을 끌어들이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2004/10/11 11:08 2004/10/11 11:08
5 댓글
  1. kall 2004/10/12 10:57

    다른글의 리플을 보니 gmail사용하시나 보군요.
    그럼 gmail은 왜 사용하시는 지요??
    adsense는 조만간 gmail에도 적용될 겁니다(아직은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https://gmail.google.com/support/bin/answer.py?answer=6603&topic=-1)
    adsense로 메일의 내용을 보고 연관된 광고를 뿌려주겠다는 거지요.
    "문제는 자신의 아주 사적인 영역까지 자본의 침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럼 블로그보다 더욱 사적인 이메일에 대해서 자본의 침투를 허용하는 gmail에 대해서는 어떻게 용인하고 사용하시고 계신지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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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shin 2004/10/12 11:19

    지메일을 왜 쓰냐고요? 스팸 창고로 씁니다. 저의 다른 메일들로 스팸이 들어오는 게 싫어서, 지메일로 보내라고 광고합니다. 아직 베타 상태여서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해서 쓰는 측면도 물론 있구요. 1기가의 용량이 있으니 스팸 창고로 최적이죠. 지메일에 애드센스를 적용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지메일에서는 이미 이메일 읽을 때 옆에 문자 광고를 자기들 마음대로 보내고 있어요. 지메일에 다른 걸 또 적용한다는 건 아닐 겁니다. 그 광고가 걸리는 뜨는 건, 1기가를 거저 쓰는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생각하죠.
    한가지 궁금한 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나에게만 보여지는 광고를 수용하는 것과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내 블로그 접속자들에게 광고를 수용하라고 하는 게 같은 차원이라고 생각하는지 입니다. 솔직히 그건 트집잡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kall님이 트집잡기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이 덧글만으론 판단 자체를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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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날 2004/10/12 12:19

    구글 광고의 설치와 상업적 글 쓰기의 연관 관계를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많은 방문객이 모이고, 그러면 광고 노출도가 높아 수익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좋은 글이 광고로 인해 상업적으로 쓰여졌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를 싣는 것이 상업성 로그를 남길 것이다는 (어찌보면 극단적 예인)가능성이라 생각합니다.

    덧쓰기 : 어째 말꼬리를 잡는 거 같은데, 거대 집단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다른 거대 집단을 끌어들여 경쟁을 시키는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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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kall 2004/10/12 12:54

    좋습니다, 그럼 트집잡기는 그만두지요 :)
    제대로 요약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marishin님의 주장은
    -구글 광고를 다는 순간 그 블로그는 구글의 상품중 하나로 편입되는 셈이다. -
    정도로 요약하면 될까요? 제가 본바로는 그렇습니다.
    물론 저는 그 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글을 쓰는 순간 구글, 네이버, 엠파스 등등 각종 사이트의 봇들이 와서
    자신들의 '검색결과'라는 상품에 편입시켜놓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구글의 독식도 아닐뿐더러, 구글이 횡포를 부린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내려버리면 그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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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arishin 2004/10/12 13:29

    kall/트집잡기였단 말입니까^^ 님께서 요약하신 것은 제 주장이 아닙니다. 구글의 상품이 되는 게 아니라 구글의 돈벌이 터를 스스로 열어주는 거죠. 물론 푼돈을 받는 대가로. 그리고 그건 블로그라면 하면 안된다는 것이고요. 한마디로 제 주장은 블로그의 독립성과 광고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이건 제 가치판단이고 이 가치판단에 대해 님이 동의할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왜 이런 가치판단을 했는지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님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다만 제가 이런 가치판단을 한 전제에 대해서는 반박이나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제를 요약하자면, 1. 블로그는 독립을 추구한다 2. 그 독립에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되는 게 당연하다. 1번을 비판할 수도, 1번은 인정하지만 2번을 비판할 수도 있겠죠.

    이제 우리가 말을 주고 받을 게 남았다면 이 두가지 전제에 대한 것뿐이라고 봅니다. 나머지에 대해선 제가 할말을 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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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잡담] Google AdSence. 먼 댓글 보내온 곳 2004/10/12 05:52

    속, 구글은 광고도 좋다?,최종, 구글은 광고도 좋다?에 트랙백어느샌가글이 두개가 올라왔고,사실 저 최종 버전에서 확실하게토대의 차이가 보였으므로이번에는 좀 자세히 썰을 풀도록 하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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