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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

미국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와 딴판인 것은 사실 별로 놀랍지 않다. 언론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접전이다, 예측불허다고 떠드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 웬만하면 투표하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투표장에 몰려나간다거나 하는 변수들이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여론조사를 잘못된 것으로 만들 수도 있기 않을까 싶다.

 

나에게 정말 놀랍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미국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주요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캘리포니아 주민 3333명을 포함해 미국인 5154명을 투표소 앞에서 출구조사한 결과가 그것이다. 질문은 조지 부시의 경제정책으로 나라 살림이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부시를 찍은 사람들의 답은 좋아졌다는 것이다. 79%는 좋아졌다고 응답했고 14%는 변함없다, 7%는 나빠졌다고 답했다. 반면 케리를 찍은 사람들의 답은 나빠졌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90%가 나빠졌다고 답했고 5%는 변함없다, 5%는 나아졌다고 답했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부시를 찍은 사람의 79%는 부유층이고 케리를 찍은 사람의 90%는 극빈층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할 때나 이런 답변이 논리적이다. 그런데 이 조건은 대충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또 한가지 이 답변이 논리적으로 이해되려면,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지지 후보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 문제가 지지 후보 결정의 첫번째 조건은 아니었다고 하니, 이렇게 설명하는 것도 납득이 안된다. 미국 사람들이 절반은 경제를 좋게 느끼고 절반은 나쁘게 느끼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그럼 결국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경제 상황이라는 것도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기가 몸으로 느끼는 경제 상황과 나라 경제 전반을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는가? 결국 경제 문제 또한 이데올로기 또는 신념의 문제일 뿐이고, 정치 문제에 종속적인 것일까?

2004/11/04 01:19 2004/11/04 01:19
2 댓글
  1. molot 2004/11/04 19:30

    재밌군요. 제 생각엔 부시 지지자들의 79%가 '실제로' 경제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경제가 나아졌다고 대답해야 할 '의무감' 같은걸 느끼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러면 이데올로기를 넘어 심리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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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shin 2004/11/04 21:06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심리의 문제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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