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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라는 현상과 '집단지성'의 허구성

'미네르바'라고만 알려진 인물이 쓰는 경제 예측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의 여러 측면을 반영한다. '미네르바'라는 현상을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이 현상에 얽힌 문제들 가운데 두가지에 관심이 있다.

 

첫째, 지배층에 대한 집단적, 전면적 불신을 꼽을 수 있다. 뭔가 경제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지배층이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이 현상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몇달전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촛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촛불'이 지배층에 대한 전면적이고 집단적인 거부와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봤는데, 이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신의 대상들은 손으로 꼽기도 힘들다. '리만 브러더스'(이명박, 강만수)로 대표되는 현 집권 세력이 한줌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는 건 긴 설명이 필요없다. 경제 학자나 전문가들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모호하고 어렵다. 그들은 이쪽 저쪽 눈치보면서 대충 얼버무린다는 인상을 준다. 경제신문들로 대표되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주로 해온 일은, 기업 이념 옹호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 시장 띄우기가 전부라 해도 그리 심하지 않다. 보수 신문들도 경제신문들과 거의 같은 행태를 보인다. 게다가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진보적이라는 언론도 신뢰를 못얻는다. 그들은 재벌을 비판하고 부동산 거품, 주식 거품 따위를 꾸준히 경고했으나, 그들의 비판은 많은 '생활인들'에겐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믿을 데라고는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미네르바'라는 익명의 인물은 과감하게 말한다. 특히 호소력을 갖는 것은 “믿을 놈이 없으니 알아서 각자 생존 방법을 찾으라”는 외침이다.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메시아의 목소리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88만원 세대여, 영어책 대신에 짱돌을 들라”는 식의 외침보다 “각자 제 살길을 찾자”는 목소리는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둘째, '미네르바'라는 현상은 이른바 '집단지성'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블로그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터넷 공간은, 전문가들 못지 않은 숨은 전문가가 얼마나 많은지 여실히 보여준다고들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인터넷은, 지식의 소수 독점을 깨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어준다고, 그렇게들 떠들지 않았던가? '촛불'을 계기로 이른바 '집단지성' 예찬론이 극에 달하지 않았던가? 경제 분야에 관한 한 숨은 전문가가 별로 없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이 반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초유의 경제 위기 앞에서 '집단지성'은 작동하지 않고, 모두 '미네르바의 말씀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가? 정부도 믿을 수 없고, 언론도 믿을 수 없고, 경제 전문가들도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불안의 시기에, 왜 놀라운 창조성과 순발력을 발휘해 '촛불'을 이끈 '집단지성'은 잠잠한가?

 

나는 '집단지성'이라는 말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영어 'collective intelligence'는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지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성'은 'intelligence'가 아니라 'intellect'인데, 둘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보면 지성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이다. 그리고 지능은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이다. 지성은 새로운 인식을 열어가는 능력이고, 지능은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지능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는, '촛불의 물결'을 이끈 '네티즌 집단의 능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위 상황이 바뀔 때마다, 네티즌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순간 순간 찾아냈다. 만약 촛불의 물결이 '지성'의 작동이었다면, 지각된 것들(정부와 야당의 태도 변화, 시위 진압 방식 변경, 언론의 보도 태도 따위)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새로운 인식을 창출했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식'(예컨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위기와 변화의 국면에 와 있는지에 대한 '집단적 인식', 광우병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적 탐욕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집단적 인식' 따위)은 없었다. 다만 '새로운 각성'(이 정부의 본질에 대한 '집단적 각성', 많은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기회주의자일 뿐이라는 '집단적 각성' 따위)만이 남았다. 이것이 각성이지 새로운 인식이 아닌 것은, 이미 대중들이 알던 것을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의 질문은 이렇게 다시 써야 한다. “왜 경제 위기를 맞아 '집단지능'은 작동하지 않는가?”

 

이렇게 쓰고 나면 이 질문이 잘못 됐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아고라를 가보라. '경제 위기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찾으려는 집단적 시도'가 얼마나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도 믿을 수 없고 아파트도 믿을 수 없는 지금, '경제 위기'라는 밀물 앞에서 '개미' 또는 '천민'이 살아남을 방법이 얼마나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지 말이다.

 

주목할 부분은, '미네르바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경제 위기라는 '새로운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지배층이 솔직하게 말하기 꺼려하는 것을 쉽고 노골적으로 말해줬을 뿐이지, 우리를 새로운 인식으로 이끄는 게 아니다. 또 대처 방안은 미네르바가 아니라 아고라에 모인 '집단지능'이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집단지능'은 결국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위기에 처할 때 '한 개인이 살아남는 방법'은 없다는 각성을...

 

'집단지능'이 아니라 '비판적 지성'을 획득할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인식 곧 자본의 탐욕이 너무나 파괴적이며 그래서 그것을 넘어설 방안을 찾는 게 너무나 시급하다는 인식을 얻게 될 것이다.

2008/11/20 18:39 2008/11/20 18:39
20 댓글
  1. 김강 2008/11/20 18:41

    와. 잘 정리되네요. 조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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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독자 2008/11/20 22:23

    한편으로는 그의 예측이 정확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터무니 없는 음모론에 경도된 부분도 있는데도 그를 마냥 신화화하는 "집단지성"의 모습을 보고 노무현과 황우석이 흐릿하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능과 지성을 구분해주신 덕분에 생각이 정리되는 듯합니다. 제가 읽어 본 미네르바 관련 글들 중에서 가장 알차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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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arishin 2008/11/21 09:25

    급하게 써서 정리가 잘 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좋게 읽어주셔서 두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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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ony 2008/11/21 09:43

    첫째 주장은 동의합니다만 두번째 주장은 여러모로 동의하기 힘드네요. 아마도 marishin님은 외신도 열심히 보고 해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없다면 아직도 한국의 펀디멘털은 튼튼하고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낼꺼라고 믿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미네르바나 김광수연구소 등의 글들을 읽고 경제위기가 심각하구나 하고 알았으니까요... 집단지능(또는 집단지성)은 지금 어느때보다도 더 활발하게 잘 동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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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ny 2008/11/21 09:50

    이 경제위기에 대해 분석하고 방향을 전망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미네르바 한명은 결코 아닙니다. 미네르바가 글을 쓰지 않고 있는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가지 분석을 하고있고, 미네르바가 은유의 형식을 빌어 글을 쓰고있을때에도 그 의미가 뭔지를 분석하는 수많은 글들이 오고갔습니다. 저는 바로 이 상황이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시도하고 있는중" 이라고 설명하는게 충분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은 '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집단지능이라고 직역하는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의역하여 우리 단어로 만들어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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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ony 2008/11/21 09:57

    뭐 아무튼 우리모두 비판적 지성을 가지도록 노렵합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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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arishin 2008/11/21 10:32

    Tony님, 왜 '우리'가 현재 경제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지요. Tony님 말씀대로라면, 외신 열심히 읽지 않아서, 경제상황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인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요?

    텍스트(외신 보도 따위)니, 전문가(미네르바도 전문가입니다)의 설명이라는 것에 의존할 수 없는 진짜 '천민'들(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와 아줌마, 택시 운전사,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 대형 마트에서 하루종일 서있는 비정규직 아줌마들)은 아직도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낼거라고” 믿을까요? 그 사람들은 벌써 한참 전부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고, 이명박이 경제 살려내기는커녕 경제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텍스트를 버리고 우리의 감각을 살려봅시다. 눈을 제대로 뜨고 우리 주변의 현실을 돌아봅시다. 왜 우리가 오늘도 아고라에 접속해서 “미네르바님이 한말씀 던져주시길” 갈망하는지 곰곰히 따져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고,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더 잘 알고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다만 자신들의 느낌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배층의 권위(정부 관계자, 전문가, 언론 따위)에 눌려, 자신이 틀렸다고 억제하는 것입니다.

    조금 다르게 말을 해보면, 아고라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미네르바의 말이 먹혔겠습니까? 아마 '미친 놈' 취급했을 겁니다. 미네르바는 단지 어떤 '파열구'를 낸 것입니다. 다만 이 파열구는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닌데, 미네르바는 몇가지 예측(환율 변동 따위)을 하고 그 예측이 맞으면서 급속하게 '신뢰'를 얻었고 그래서 이 파열구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미네르바는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를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그가 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자는 겁니다.

    Tony님 말씀대로 '아고라'에는 '미네르바'보다 훨씬 더 믿을만하고 정확하게 현재 경제 상황을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그들이 훨씬 더 신뢰할만한데, 그들은 추앙받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지금 '미친놈' 취급받지 않는 건, 미네르바가 이미 파열구를 내준 덕분입니다. 미네르바가 한 일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물론 '딱 거기까지'라는 것도 '대단한 업적'입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집단지성과 집단지능의 문제는 '의역'이 아니고 '단순 오역'입니다. 오역을 바탕으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누가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쓰는지 잘 따져보십시오. 가장 먼저는 '인터넷 또는 블로그'로 장사해먹으려는 인간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론장사' 해먹고 사는데 이제 더 이상 팔아먹을게 없어서 고민하던 '먹물들'이 이 말을 씁니다. 그들이 왜 이 말을 쓰겠습니까? 요즘은 '대중에 아부해야' 장사가 되는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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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ony 2008/11/21 11:21

    권수경씨가 무려 제목을 번역하면서 '단순 오역'을 했을꺼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집단지능'또는 '집합지능' 이라고 번역하였으면 좋았을것을 '집단지성'이라고 잘못 의역했다고 주장하는 선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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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ony 2008/11/21 11:27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입니다. 최소한 저희 아버님만 해도 이명박이 G20에서 세계정상들을 설득해서 경제위기를 넘기게 되었다고 '믿고' 계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9시뉴스에 미네르바가 언급되고서야 미네르바가 누군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나를 이제서야 인식하고 있습니다.
    팍스넷같은데 게시판만 가보셔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바닥이다 곧 반등한다라고 하는지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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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arishin 2008/11/21 16:02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서로 조금 논점이 어긋나는 듯 한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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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ony 2008/11/21 22:45

    찬찬히 어긋난 논점을 생각해보니 집단지성의 '허구성'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에서부터 시작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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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arishin 2008/11/22 03:05

    우리가 어긋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가 설득력 있는 설명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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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새벽길 2008/11/22 03:22

    marishin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댓글도 유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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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윤삼 2008/11/24 22:46

    참세상 뉴스에 실린 소개 글을 보고 들어왔습니다. 가뜩이나 '집단지성' 담론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었는데, 오역의 문제였다는 것도 모르고... 덕분에 제 머리를 쥐어박았죠. ^^ 아주 유쾌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제 나름대로 정리가 되면 이 글에 트랙백을 보내고 싶은데... 아무튼 다음 기회를 기약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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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marishin 2008/11/25 16:57

    문제는 오역이라기보다는, 이른바 '집단지성'이라고들 부르는 것이 정말 '지성'으로 작동하느냐 여부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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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Donnie 2009/01/17 19:14

    아, 글 정말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리가 안 됐었던 생각의 부분들이 있었는데 시원하게 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지식을 이용 한 창조가 아닌 단순히 정보의 위에 순발력을 이용한 모방과 대처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고민이었는데 지성과 지능이라는 구분으로 나름 머리가 시원 해지는 느낌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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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marishin 2009/01/19 09:39

    Donnie님 반갑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저도 기쁩니다. 자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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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egoing 2009/01/28 00:14

    지성과 지능이 그런 차이가 있는지 몰랐내요.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marishin님이 결론내리고 있는 것처럼 집단지능을 넘어서 집단지성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오역을 꾸짓는 것보다는, 오역을 환영하는 것도 오해를 줄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쓰신 글은 넘치게 공감합니다. 저는 이 상황의 또 다른 수요자인 정부의 입장에서 쓴 글 트랙백해봅니다.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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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phantom3537 2015/12/28 14:48

    안녕하세요.
    marishin님의 글에는 공감이 가서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단, 혼란을 야기 할 수도 있어서 약간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이하의 링크를 남깁니다.
    https://www.psychologytoday.com/blog/the-consciousness-question/201205/intellect-and-intelligence
    즉, intellect은 '지성'이 아닌 '지능'이고 intelligence는 '지능'이 아닌 '지성'입니다. 따라서 collective intelligence의 직역은 '집단지성'이 맞습니다. 단, marishin님의 주요부분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은 말씀하신 대로 미네르바 같은 현상을 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집단지성은 한 번도 출현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인류역사에서의 집단지성의 출현은 사실 이 세상에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설령 올바른 집단적 지성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것이 올바른 지 아닌 지를 구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다면 이 '올바른' 집단지성은 의미가 있을까요? 올바른 집단지성은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어야지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올바른 형태의 집단지성이란 무엇일까요? 글을 읽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여기까지만 하고 이만 잡설 줄이겠습니다.

    추신. 어휘문제를 따지고 들자면 오히려 외국 쪽에서 collective intelligence를 너무 성급하게 정의한 것이지 marishin님이 잘 못 적으신 게 아니라는 점도 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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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shin 2015/12/31 10:02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어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지능과 지성 문제가 꽤 재미있는 얘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글이란 몇년 지나고 다시 보면 부족하고 부끄럽기 마련입니다.
      어휘 문제, 그리고 '집단 지성' 문제에 대해 연초에 새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지적 자극을 주신 점,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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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구름 위를 노니는 분들 먼 댓글 보내온 곳 2008/11/20 23:29

    이것저것 글을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미네르바'라는 현상과 '집단지성'의 허구성 우선 저 윗글을 다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그래야 내가 저 글및 글쓴 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유가 그럴듯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사람들이 지배층과 지식층 모두 믿지 못하게 되어서 혼돈에 빠져 있을때 미네르바라는 인물이 혜성같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 모든 것..

  2. Subject: 촛불시위 시즌 2 먼 댓글 보내온 곳 2008/11/21 18:23

    미네르바 사태는 촛불시위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본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는 공권력으로 탄압했지만 경제에 대한 의견 제시는 어떻게 탄압할 것인가? 아마 탄압이 되긴 할 거다. 또 실제로 그런 시절도 있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주식투자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 였고, 80년대 부동산 투자 관련 정보는 음성적으로 유통되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금융상품 역시 그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전국민이 투자자가 된 지금 시장을 뒤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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