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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0
    백설공주와 파업
    울산까마귀

백설공주와 파업

사실은 왕비가 더 예뻤다!


“자네 혹시 백설공주가 뚱보였다는 얘길 들은 적 있나”

“예? 별소릴 다 하십니다. 백설공주야 미인이란 이유로 계모의 핍박을 받았던 프리마돈나 아닙니까?”

“허허, 이 사람. 넓은 세상을 돌아다녔다는 사람이 상당히 소식이 늦구먼. 이 유명한 사실을 모르고 말야. 자, 내 얘기를 들어 보게.

백설공주는 소문대로 미모가 빼어났던 게 사실일세. 하지만 몸매로 말하면 결코 그렇지가 않았어. 뚱보라면 과장이겠지만, 적잖이 풍만한 허리를 지니고 다녔다네. 아마 궁전에서 너무 잘 먹고 자라 영양과잉이 된 모양일세.

엄마가 죽은 뒤 새로 들어온 계모는 미인이었지만 성격이 매정했지. 특히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그냥 두지 못하는 여자였지. 자네도 알겠지만 그 여잔 누가 제일 예쁜지 알려 주는 신기한 거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거울의 대답은 언제나 백설공주였지. 화가 난 계모는 백설공주를 내쫓고 죽여 버리려 했지.

그런데 얼마 전에 실은 계모가 더 아름다웠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야. 그 여자의 몸매는 황홀할 정도였다는군. 그럼 거울은 왜 엉ㅌ리 대답을 내놓았을까? 이유를 조사해 본즉, 그 거울은 뭐든 길게 늘여서 비춰 주더라는 거야. 자네도 본 적 있겠지? 사람이 늘씬하고 키가 커 보이는 거울 말야. 그러니 풍만한 백설공주는 아름다운 몸매의 미인으로 비쳤고, 아름다운 왕비는 삐쩍 마른 빗자루처럼 비쳤던 게지. 백설공주가 좀 더 날씬했더라면 못된 계모의 핍박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거울이 정확하게 비춰주는 것이었거나. 하긴 그래서 얘깃거리가 되긴 하는 거지만 말야.”


이 글은 이진경씨가 지은 『논리 속의 철학 논리 밖의 철학』(새길)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거울이 키가 커 보이는 것이 아닌 사물을 정확하게 비춰주는 것이었더라도 왕비의 오판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거울을 ‘언론’으로 바꾸어 놓으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이 ‘실재’를 어떻게 비추냐에 따라 그것을 보고 사고하는 우리의 판단은 분명 그것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파업은 잘못된 행동인가?


우리나라 헌법 제33조 ①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정의한다. 이 처럼 파업은 헌법에서 노동자에게 보장하는 합법적인 기본권이다.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부여한 신성한 권한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파업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보면, ‘19년째 파업’, ‘또 파업’, ‘경제손실 1조원 국가경제 초비상’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 마치 왕비가 거울에서 비춰주는 백설공주를 본 느낌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바로 ‘증오’의 눈빛이다. “이 놈들이 또 나쁜 짓을 하는 구나”고 생각하게 만드는 기사들이다. 이런 기사를 본 순간 사람들은 파업가담자를 범죄자로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파업이 가지는 사회적, 법적의미는 모두 허공으로 사라지고 남는 것은 수많은 죄인뿐. 파업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진 거울에 대고, 우리는 매일 ‘거울아~거울아~’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26일과 27일에 kbs울산방송국에서 보도한 ‘현대 vs 도요타’와 ‘분규 vs 무분규’ 보도는 파업이 가지는 의미를 노, 사, 지역사회의 입장에서 균형감 있게 입체적으로 보도한 훌륭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보도가 현대자동차 사내방송 혹은 사보인지 조차 분간하기 어려울정도로 편향적인데 반해 이 기사는 총체적 관점에서 ‘파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본질은 현상을 통해 나타난다. 현상을 비춰주는 거울에 따라 ‘여론’이 때로는 사악한 왕비가 되기도 하고 공정한 심판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을 정확하게 투영하는 거울을 만들어 올바른 ’사회여론’을 조성하는 것 또한 건강한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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