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 길에서..
2007/11/15 21:43 女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도로가 무서웠다. 한가로이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면 정말 시원하고 상쾌했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가득한 도심의 도로를 달릴 때는 버스 전용 차선 한 켠으로 달릴 때 마다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았고 빵빵대는 버스 클락션에 놀라기 일 수 였다. 행여나 내가 느려 차를 가로막기라도 할 때면 폭언을 감수하기 까지 해야 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나 자전거와 나의 속도, 그리고 따르릉 내 벨소리는 정말 존재감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 위태로운 길 위에서 달리는 나, 그리고 그 위태로운 길 위에서 살고 있는 나와 우리들.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보고 왔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을 도로바닥의 시선에서 올려다 볼려니 그랬고 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걸을려니 그랬다. 도로 위에서 말라 붙어 먼지로 없어져 버리는 한 때는 살아서 먹이를 잡고 먹고 유유히 돌아다니던 동물을 봐야 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했다. 다쳐서 길거리에서 꿈틀대며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거친 몸부림에는 정말 어찌할바를 모르겠더라.
"우리 땅이 아니예요" 영화 중에 나오는 대사다. 로드킬 조사를 하시는 한 분이 하는 말 중에 그곳은 야생동물들이 다니는 곳, 생활하는 곳이지 우리 땅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로는 산과 강 사이에 있다. 들판과 들판 사이에 있다. 지나다닐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행동 반경안에 있다. 그래서 지나갈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는 1㎢안에 1㎞의 도로가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지도와 함께 보여줘서 더 실감이 났다. 그만큼 도로가 많은 데 또 도로를 건설하지 못해 안달이 나있다. 2차선을 4차선으로 늘리고 구도로 바로 옆에 신도로를 건설하기도 한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빠르게에 환장을 해서 산을 뚫고 물을 막는다. 지겹다.
감독은 로드킬의 대안에 대해서 논하는 다큐는 아니라 한다. 로드킬 보다 더 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대하는 인간들의 방식으로 얘기 하신 거 같다. 존엄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 내 밟은 땅과 함께 살아가는 법, 자본과 속도를 대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그래서 계속 양심이 쿵쾅거리는 다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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