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쓰다
2007/11/05 11:07 女름
내게 원두커피기계를 Y가 줬다. 임시인지 영구인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커피먹으라고 일단 줬다. 그리고 나서 내가 동티모르에서 왔다는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구입했다. 원두를 갈아야 하는 데 기계가 없어서 1주일 이상 묵히다가 토욜에 또 J가 원두 가는 기계를 줬다. 내게 당신들이 있어 이렇게 내가 오늘도 쓴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올 해 겨울의 시작이 이다지도 훈훈하다기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말하기 대회가 너무 아쉽다. 그리고 너무 짧았다. 부족했다. 그래 그랬다. 모두가 감격스러워 그랬지만 왠지 허전하다. 싸이코드라마 3회기를 하면서 이미 너무 감격하고 뜨거워서 그랬는 지 말하기 참여자들이 무대에서 말한 것이 넘 아쉬웠다. ***님이 이 얘기도 했으면 좋았을 걸 좋았을 걸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20분이 참 짧구나 생각했다.
오프닝 영상 2분 30초도 넘 짧았다. 내가 고민하고 고민하고 담아내고 싶었던 걸 서사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이 위에서 내가 떨려서 덜덜하는 동안에 지나가 버린 기분이다. 아쉬워. 내 목소리가 나올 때 정말 죽고 싶었다. 이거 머냐. 쪽팔려.
흐른의 노래 한 곡도 부족했다. 이렇게 말하기 참 머하지만 왜 흐른만 한 곡을 부른 걸까. 뒷풀이 음식도 넘 부족했어. 우리 굶주렸는 데 사람만 복닥복닥하고 음식이 없잖아. 난 역시 사람보다 음식을 좋아하는 군. 그래서 그 자리에서는 도저히 감격할 수가 없었어. 다른 사람들 처럼 "너무 아름다워요"라고 말할 수가 없는 이유는 이토록 사소한 곳에 있었다.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
1부가 끝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재밌지? 재밌지? 난 너무 재미있었거든. 언니들의 담담한 말하기. 그리고 120%의 마음이 담긴 가사들. 정말 감동스러웠어. 하하하 너의 평화는 끝났어. 너무 멋지잖아. 내 안에 있는 두가지. 케케 가사들이 다시 듣고 싶다. 무대에 가사가 같이 나왔으면 좋았을 걸. 아쉬워. 아쉬워.
생존자가 뭐예요? 왜 생존자라고 해요? 라고 조명감독이라는 사람이 물었었다. 그 사람이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 끝나고 어땠어요? 라고 묻고 싶었다. 당신은 어떻게 보았느냐.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내 감동이 깨질거 같기도 했고 순간 순간 집중해서 듣는 옆 모습을 느꼈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묻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혼자 "가해자들이 이 자리에 와서 들어야 한다"는 말하기 참여자의 한 문장을 공감했다.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 말하기 대회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회 전에 접선을 했었다. 왔으면 좋겠다. 올 것이냐? 이렇게 말이다. 거기에 응답해준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는 데 오지 못한 사람들이 역시 아쉽다. 함께 했을 면 좋았을 텐데 눈에 맘에 밟힌다.
후기따위 나는 쓰지 않겠어 생각했는 데 써버렸네.
*함께 했던 다른 언니들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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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중유희, 첫 번째 Tracked from 2007/11/06 00:17 delete
난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 후회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