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_적절한 방

2008/02/24 07:27 女름
당신의 고양이님의 [ '침이 고인다' 후기] 에 관련된 글.

소설모임 참여한지 몇 달만에 처음으로 모임후기를 쓰는 여름입니다. 헤헤헤. 언제나 소설모임은 여러가지 얘기가 오고가요.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고 나누는 것이 묘미라고 할 수 있죠. 하여튼 이번 책은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였어요. 제목이 벌써 아 기대된다 이런 늬앙스가 오죠? 단편 '침이 고인다'의 주인공 20대 중반의 학원 강사 박선생은 어쪄다 자신의 원룸에서 후배가 함께 사는 것을 허용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맘이 왔다갔다하여 후배를 갈구고 후배는 떠난다. 후배가 박선생에게 남기고 간 것은 '후배가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에게서 받았다는 껌의 반쪽'뿐이다. 박선생은 껌 반쪽을 입에 넣고 "세상에" "아직 달다"한다. 김애란 소설 속의 20대 여성들의 일상은 세월을 담고 눅눅해진 껌처럼 재미없고 피곤하고 찌들어 있지만 이 상황을 이겨낼 인생의 한줄기 단맛을 발견해 내고 있는 듯하다. 당고는 이러한 김애란의 소설쓰기에 대해서 '성찰적인 면에서 노쇠하다'고 이야기 했다. 어찌이리도 체념적이란 말인가. 평론가는 이 부분은 '투명한 체념의 미학'이라고 했단다. 체념은 포기라기 보다는 자존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한다. 김애란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야기속에 놓여있음에도 그녀들이 한줄기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에서 아직은 20대 작가의 한계라는 얘기도 있었고 여성작가들이 필연적으로 '일상으로 부터 내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작업하는 것을 아닐가?'라는 얘기도 나왔었다. 또 나의 몸이 엄마가 팔았던 수천개의 만두로 빗어진 게 아닐까라는 부분과 엄마의 칼질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내 심장과 내 간, 창자와 콩팥이 무럭무럭 자라났다는 부분은 성장에 관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표현으로 꼽혔다. 김애란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적인 공간들을 소설속으로 가져오고 집과 학원 등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들도 채워나간다. 특히 '방'이라는 공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주인공들이 가진 거라고는 이 방밖에 없는 데 (20대들이 이뤄놓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방한칸이 아닐가?) 이것조차도 언제나 불안하다. 방은 외부와 단절된 나만의 세계이고 소통불가의 영역이면서도 아직은 달고 불이 켜져 있는 곳이다. '소통불가의 공간이라는 것을 극명히 보여줘서 매력적이었다' '소통의 실패나 단절이 폭력이 되지 않는 것이 진정성있게 다가왔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김애란은 도리스레싱에 비하면 체제순응적이라고 평가되기도 했고 정이현이 소비적인 느낌으로 허탈함을 느끼게 한 것에 반해 일상을 너머선 뭔가를 느끼게 해주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 우리들도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명징하게'표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이주노동자를 보고 흠칫 놀라고 그들이 묵는 곳에서는 하룻밤을 자고 싶지 않다는 부분에서 어느 선 이하로는 추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닐가 아직은 확장되지 못한 20대 작가의 한계가 아닐가하는 얘기도 나왔다. 김애란은 무엇보다 운율있는 언어로 신명나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해주었고 사물과 공간, 인물이 동화되어 서로 화해하고 포옹함으로서 친근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요즘의 남성작가들은 현실의 공간을 벗어나 환상적인 곳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곳에서 소통되고 있지만 여성작가들은 방으로 돌아가고 현실에서 나를 부여잡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소통을 삐그덕 거리기 까지 한다는 얘기를 했다. 소설모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더라도 완벽히 소통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꺼내놓고 이야기하고 전하려고 노력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는 적절한 방이 되어 주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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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4 07:27 2008/02/2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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