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고 언니 같은 여성 블로거들 뜬다?
엄마 같고 언니 같은 여성 블로거들 뜬다
요리·육아 등 일상정보 제공에
연애·직장 관련 삶의 조언까지
경험 비슷해 공감대 쉽게 형성
‘메타블로그’로 여성연대 추진도
최근 인터넷의 두드러진 경향 가운데 하나는 여성 블로거들의 약진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블로거 인터넷 이용 실태분석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을 쓰는 여성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비율이 42.1%로 남성보다 3.9%p 높았다. 흔히 ‘여성적’이라고 일컫는 소통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가, 참여를 중시하는 웹2.0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 ‘블룩’ 선도하는 여성 블로거들 = 그 중에서도 요리, 육아, 실내장식 등 살림살이 노하우를 나누는 주부 블로거들은 ‘와이프로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지난 한 해 여성 블로그 바람의 선두에 섰다. 최세라 예스24 도서팀장은 “최근에는 여성 블로거들이 요리, 인테리어, 육아 등 생활뿐만 아니라 연애, 직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룩’(blog+book의 합성어로, 블로그를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을 말함)을 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험자의 목소리로 친근하게 일상 생활의 정보를 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친정 엄마나 여자 선배들한테 물어봤다지만 우리는 인터넷부터 찾는 세대다. 임산부들이 주의할 먹거리에서 육아휴직 때 고려할 사안까지, 대개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 블로거들이 많아 동질감을 느끼고 격려를 받는다”고 신혼 2년차인 박혜진(34)씨는 말한다. 포털사이트보다 개인적 성격이 짙으면서 커뮤니티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다.
■ 조언이 필요해 = 여성들에게 블로그는 엄마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삶의 조언을 주고 여성의 다양한 공감대를 이루는 공간으로써 기능한다. 조언이 필요한 것은 살림살이 영역뿐만은 아니다. 화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20대 초반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 인기를 끌기도 하고(kimfanta.egloos.com), 30대 주부의 눈으로 일상을 예리하게 진단하기도 한다(mediamob.co.kr/yeorim). 여성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블로거들의 모임도 있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블로거들의 모임’의 ‘이채’(아이디)씨는 “사이버에서 여성주의를 말하는 어려움에 공감한 블로거들이 모여 ‘메타블로그’를 구상하는 와중에 10여명이 우선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여성들의 연대로= “남성적 분위기가 강한 블로그 공간에서 논쟁보다는 자칫 (성별)싸움으로 번지곤 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채씨의 설명을 듣고 보면, 여성들을 위한 메타블로그에 대한 욕망도 읽힌다. 메타블로그는 올블로그, 이글루스 같은 일종의 블로그 집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20대만을 위한 메타블로그가 생기는 등 관심사별로 나뉘어 모이는 추세다.
여성 블로거들을 위한 메타블로그는 곧 등장할 전망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을 받아 여성 블로거들을 위한 메타블로그를 올해 안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여성들의 블로그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K21사업단 연구원은 “여성주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언니네(unninet.net)의 ‘자기만의 방’ 성공 사례에서 보듯, 블로그를 비롯한 여성주의 대안미디어가 ‘사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끌어내며 여성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