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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난 애인의 주검을 보고 온 너는
애인의 얼굴이 평온해보였다고, 다행이라고 했다.
다음 날 너는
입관할 때 다시 본 애인의 얼굴은
아니라고,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했다.
장례식장 계단에 우리는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나는 또 너마저 가버릴까봐
불쌍한 놈, 불쌍한 놈 한없이 등짝을 쓰다듬었지만
저승사자의 두루마기 자락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아있고 싶어
몰래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정처없이 거리를 쏘다녔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어떤 것에도 애착이 생기질 않았다.
젠장, 인생에 김이 빠져 버렸다.
저물녘,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장딴지에도
쭈글쭈글한 몸으로 매일 수영을 하는 할머니들의 온탕 속 수다에도
어떤 곳에도 삶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없었다.
딱 한번
제주도 송악산 자락 어느 벤치에서 파도소리를 자장가삼아
오후의 낮잠을 즐길 때
살아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던가.
그러나 같은 찰나, 죽어서 이것을 못 본다한들 뭐가 그리 한스러우랴
그리 생각했던가.
이제 다시 너는
그때 애인의 얼굴은 고통도 평화도 아니었다고,
그건 그저 의미없음 이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의 의미없음.
"누나, 우주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는
종교가 없는 인간이야"
-"그건 우리가 의심많은 인간들이어서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를
나는 여전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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