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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네가 나를 찾아왔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너는 결혼하지 않았다 한다.
꿈 속에서도 나는 두려웠다, 네가 결혼하자고 할까봐.
난 여전히 결혼할 마음이 없는데.
저 멀리 다리 밑을 걸어가는 너의 종아리는
내가 사랑했던 탄탄한 근육이 아니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흰색 종아리.
너와 내가 같이 살았다면
동지의 출소날,
교도소 앞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출소하는 동지를 기다렸겠다.
교도소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너의 어깨에 폭 기댔겠다.
이제 너는 내가 사랑했던 너가 아닌데
우리가 함께 쌓아올린
불가침의 탑 안에 나 혼자 갇혀 길을 잃었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남은 인생은 까마득하고.
사랑으로 찰랑거려야 할 맨 밑바닥 마음이
초여름 햇볕에 목이 타 쩍쩍 갈라진다.
삼켜도 삼켜도 끝나지 않는 상실의 슬픔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를 뒤집어 놓고 가는
출소한 동지를 만나고 온 날 밤
시인 것을, 시도 아닌 것을 찌끄리며
한바탕 울음으로 옛 사랑의 독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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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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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신파로구나 신파야. 이제는 '상실'이라는 단어마저도 아득하니,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