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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자동차에 의해 살해된 도시"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난 직후에 옆에 놓여져 있던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이라는 책을 들고

잡히는데로 펼쳐봤는데, 바로 그 페이지에서 얀 베르트랑의 이름을 다시 봤다.

신기한 우연.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재밌는 사람일 것 같다.

제대로 봤다. 자동차에 의해 살해된 도시 서울.

 

지난번 리처드 로져스에 이어서... 거장 반열에 든 사람들이 서울에 와보고서 서울에 대해서 첫번째로 꼽는 얘기가...

자동차와 자전거에 관한 얘기라는 것이 흥미롭다.

 

짦은 대화지만,

거침없이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하고, 얻을 건 다 얻고, 비꼴 것은 다 비꼬고, 심지어 살짝 달래주기까지 하면서...

한마디로 갖고 놀았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상대는 눈치 못챘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한마디로 발린 거라고 본다.

 

철학, 유머, 시각, 정책, 화법, ... 모든 면에서 사람의 격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화다.

 

그의 사진을 보고 싶으면 이쪽으로.... 얀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한국' 사진전

 


 

 

"서울은 자동차에 의해 살해된 도시"


세계적 사진작가 얀 베르트랑, 유인촌 문화장관과 대담
얀 "DMZ는 인간의 어리석은 전쟁 때문에 보호된 곳"
유 장관 "DMZ일대 녹색 문화관광 중심벨트로 조성"
정리=신용관 기자 qq@chosun.com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저녁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베르트랑(62)을 만나 양국 문화정책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베르트랑은 5년 동안 80여개국을 돌며 촬영한 《하늘에서 본 지구》(1999·350만부 판매)를 통해 독보적 항공사진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예술정책 수석자문위원(장관급)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인 유인촌 장관은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독서 캠페인 '책, 함께 읽자'에 낭독자로도 참여했다.

 

▲유인촌=날씨도 추운데 먼 길 오셨습니다.

 

▲얀 베르트랑=케냐에서 오는 길입니다.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환경장관회의에 참석한 후 한국에 왔습니다. 그곳에서 전 세계 60개 나라를 돌며 촬영한 〈홈(Home)〉의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뤽 베송과 함께 찍은 환경 다큐멘터리이지요. 장관님도 그 영화를 보면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오는 6월 미국 센트럴파크, 파리 에펠탑 등에서 무료 상영할 예정입니다. 서울 거리에서도 보여주고 싶으면 말씀하십시오.

 

▲유인촌=당신은 한국을 5차례나 방문하면서 작업했습니다. 하늘에서 한국을 내려다보니 어떻던가요. (얀은 지난해 11월 《하늘에서 본 한국》을 발간했다.)

 

▲얀 베르트랑=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아름답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기자나 높은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국경을 떠나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걸작품입니다. 다만 서울은 자동차에 의해 살해된 도시입니다. 거리에서 자전거를 볼 수 없었습니다.


▲유인촌=저는 지금도 청담동 집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웃음) 당신도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한국인은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본 서울이나 DMZ를 찍는 것이 어렵습니다. 당신이 부럽습니다.

 

▲얀 베르트랑=DMZ는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전쟁 때문에 보호됐지요. 그런데 DMZ에서 찍은 사진 파일을 한국 국방부에서 다 가져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유인촌=내가 국방장관에게 말해서 반드시 돌려주겠습니다.(웃음) 우리는 DMZ를 '녹색문화관광'의 중심 벨트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 가치와 슬로 푸드·슬로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합니다. 전 문화부 장관으로서 빈부·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농·어촌 같은 문화 소외지역이나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실'을 전국적으로 1000개교 넘는 곳에 만들 예정입니다. 당신은 문화행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문화정책 내지 문화행정의 역할이 큰가요.

 
▲얀 베르트랑=당연합니다. 저는 2006년 사진작가로는 처음 '아카데미 데 보자르'(Academie des Beaux-Arts·예술원) 정회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사진이 예술의 한 영역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데에 제가 공헌한 바 큽니다. 프랑스 중학교 교과 과정에 예술사(史)가 포함돼 있는 것도 제가 건의한 겁니다.

 

▲유인촌=우리도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서 공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여 초등교육 과정에서 기술·지식과 더불어 창의력·상상력을 발휘하는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프랑스는 정부의 문화·교육 분야 재정 지원도 많겠습니다.

 

▲얀 베르트랑=프랑스를 문화대국이라고 부르던데 문화와 관련해서라면 항상 "정부는 돈이 없다"고 말하는 나라입니다. 돈을 요청하는 곳만 많을 뿐입니다.(웃음) 영화 쪽은 꽤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인촌=뜻밖입니다. 우리는 문화와 환경이 조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지역 두세 군데를 '문화도시'로 선정하려고 합니다. 그 도시들을 사진에 담아줄 수 있는지요.

 

▲얀 베르트랑=물론입니다. 대신 내 영화의 내레이터로 참가해 주십시오. 배우 출신이라선지 목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유 장관=그러겠습니다.

 

▲얀 베르트랑=그런데 제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찬조 출연이라 출연료가 없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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