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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파시즘: 맘몬 시대의 희생제의

일단은 메모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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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성격으로 "불안"을 꼽는 것 같다. 아직 미발표된 고병권 선생님의 글이 나오면 아마도 본격적인 '불안 사회'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연구실 토론회에서 그 뼈대를 들을 수 있었는데, 분석과 대안 모두 뭐랄까... '감동적인' 글이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불안"을 넘어 일종의 "죄책감"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거가 없는, 무차별적 생존 위협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불안'을 이기기 위해 근거를 찾아야만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단 하나의 근거인 "돈" 위에 서려하는 것이고, 이것은 돈이 사회의 유일신으로 군림하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건 현재 한국인들이 이 "돈"과 관계맺는 방식이 "죄책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내가 좀 더 열심히 살았다면", "그 때 그 땅 사두었다면" 하는 식의 후회나, "자식들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한 마음이나, "감히 국익을 해치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디-워나 황우석 비판자들을 향한 "죄인 규정" 등이 그런 죄책감들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총괄적으로 돈-신(맘몬)에 대한 죄책감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대중들이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데거 식의 "고향을 찾아주는" 운동이든,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상상된 근거로부터 이탈하는 움직임이 불안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죄책감은 약이 없다. 이런 감정을 가진 이상 헤어나오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다. 맘몬에 대한 숭배가 죄책감을 낳고, 이 죄책감이 더욱 더 맘몬을 숭배하도록 만드는 식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이제 이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희생제의를 벌이려 한다. 곳곳에서 희생양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워나 황우석 사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공부도 못한 것들이 어디서 떠드냐"는 식의,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일자리를 빼앗고, 치안을 위협하는 불온한 세력"이라는 식의 감정적 희생제의가 실제적인 희생제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삶이 더욱 빈곤하고 비참해질수록, 그들은 투쟁하기보단 이런 희생제의에 몰두할 것이다. 말하자면 파시즘의 토양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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