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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님의 포스트 아래에 달린 댓글을 읽다가 나도 몇 줄 달고 왔다...ㅡㅡ;
http://wallflower.egloos.com/1906320#7280300
"운동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음..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한윤형 님은 말하자면 촛불이 한 측면에서 운동권의 '정체성'을 배제하는 중산층의 정체성 정치 비스무레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런 걸 횡행했던 "일반시민" 담론에서 찾으신 것 같구요.
그런 면도 있겠지요. 그런데 촛불집회 상승기를 되돌아보면, 거기에는 일반시민의 중간계급 욕망의 결집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시민이지만 일반시민이 아니게 되는 변용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운동권은... 음...
저는 운동권이 이번에 참패했다고 보는데서는 한윤형님 견해에 동의해요. 근데 그것은 운동권이 가진 '지도' 아니면 '일반시민'이라는 상상력의 빈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운동권은 처음에는 일반시민들의 지도부가 되려 했고, 그 다음에는 "운동권이 아닌 운동권"이 되지 못하고, "운동권이 아닌 일반시민"이 되어 버렸고...ㅡㅡ;
그럼 뭐, 운동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만약, 운동권이 정말로 "지도부"가 아니라 "전위"였다면, 그래서 대중에 기생해서 그들을 "지도"할 게 아니라 막힌 고비고비마다 "일반시민"의 소망을 개의치말고 어떤 교착상태를 뚫어내는 상상력과 힘을 발휘했다면(그리고 이건 그들이 다함께 식의 주장처럼 꼭 '하나의' 운동권일 필요도 없지요. 누구든 효과적으로 해내면 전위일테니), 아님 뭐 민주노총이 단 두 주정도만이라도 지대로 총파업 한 번이라도 했다면 -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못했죠. 이건 제가 보기엔 "일반시민들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ㅡㅡ; 그리고 이런 것도 못하면서 지도부 노릇하려 하면 사실 지지해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겠지요.(만약 했다면? 그 정도로 힘을 보였는데 대중이 지지하지 않았을까요..)
이건 단지 가정이 아니라, 소위 "일반 시민" 안에서 보여졌던 잠재성들(하지만 지극히 실재적으로 나타났던)을 근거로 하는 이야기에요. 촛불이 일반시민들의 촛불잔치였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정작 벌어진 일들은 - 특히 촛불의 상승기에 - 분명 "일반시민이 더 이상 일반시민이 아닌 일반시민이 되는" 여러 모습의 변용의 계기들이었고, "일반시민"이라는 "정체성"보다 그 "변용"의 활동 속에서 운동의 가능성을 찾았다면 저는 더 나았으리라고 생각해요.
"아 씨발, 운동권이 맨날 꼰대놀음해서 졌어."
"아 씨발, 결국 중간계급의 소비자 운동이라 정치적인 것이 사장되어 버렸어"
이 둘 사이에 있는 어떤 것, 어쩌면 후자가 "정치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완벽하게 도래하지 않았을 뿐, 저는 "희미하게" 도래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운동의 가능성을 사유한다면, 사실은 우리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보다는 도래한 그것에서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뭐, 저는 벤야민 잘 모르지만, "역사철학테제"에서 벤야민이 유물론이 신학을 자기 편으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 "희미한 메시야의 도래"를 말하는 맥락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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