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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 vadis, Grae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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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지금 대선중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트로이카(IMF, EU, EZB)가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선언을 끝끝내 안 해주자 사마라스 총리(신민주당)가 승부수를 걸고 조기 대선을 실시한 것이다. 단원제 의원내각제 국가인 그리스에선 세번에 걸쳐 의회에서 이뤄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을 뽑지 못하면 의회가 해산되고 총선을 새로 해야 한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여론조사 1위를 달려온 좌파정당 시리자는 지금껏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었고, 결국 안팎으로 압력을 받게 된 사마라스는 "시리자가 집권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나를 지원해라" 하면서 성패가 불분명한 조기 대선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난 주 치뤄진 1차 표결에선 대통령 선출에 실패했다. 조기 총선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그리고 과연 유럽에서 남미와 같은 좌파 바람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신생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 역시 현재 관록의 인민당과 사회당을 누르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시리자가 집권당이 된다 해도, 그들이 정권을, 그리고 그리스식의 "인민전선"을 수호해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매우 어렵다. 그것도 경제 때문이 아니라 내부 치안 때문에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 작년에 신나치주의 황금새벽당 당원에 의해 안티파 래퍼 한 명이 살해당하면서 그리스 경찰과 신나치주의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경악을 샀다. 많은 경찰들이 검거되고, 드러난 나치 협력자들이 실각하긴 했지만, 그 구조는 매우 단단하다고 한다. 우파 정권들이 좌파와 대중시위, 총파업을 탄압하기 위해 경찰 내부의 우경화와 독자적 권력화를 제대로 제어하지 않고, 긴축재정을 통해 경찰 역시 대량 해고의 위협에 직면하자, 그리스 경찰은 거의 하나의 극우파 정치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반외국인 프로파간다와 합법적인(!) 외국인 사냥을 통해 존재가치를 계속해서 드러내려는 내용의 경찰수뇌부의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앞으로 시리자가 승리한다면, 이들이 처할 상황은 어쩌면 아옌데의 인민전선이 집권한 칠레와 비슷할 지도 모른다. 이미 트로이카의 주요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시리자 집권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들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시리자의 부채탕감 시도를 좌절시키려 할 것이다. 이들의 비호 속에서 경찰이 마치 목줄 풀린 투견처럼 그리스 전역을 초토화 시킬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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