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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IDOF 국내신작전 심사총평

원래는 굉장이 거칠고 직접적인 글이었지만 정훈형의 손을 거치며 참으로 단아하게 고쳐졌다. 평화주의자 오정훈!!..ㅎㅎ 호수길과 쿠바의 연인에 대한 꽤 긴 글은 조금씩 수정을 하며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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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IDOF 국내신작전 심사총평 

 
2009년 동안 제작되어진 다큐멘터리 중 '인디', 즉 '독립'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우리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58편입니다. 작년 77편의 출품작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나라님들이 좋아하는 숫자 놀음에 편승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내, 외적인 독립영화에 대한 공격과 그로 인한 위기 속에 이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근심 어리게 바라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번에 출품작들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눈의 띄는 점은. 중견 다큐멘터리스트들의 노력과 그 성과입니다. 우리 영화제의 시작을 함께 했었던 정호현, 이미영 감독님의 'return of the SIDOF'와 2000년대를 관통한 '대추리와 사람'들에 대한 사려깊은 시선을 담아주신 정일건 감독님. '농가일기'에서 '땅의 여자'로 더욱 깊어지는 작품세계로 사람들을 주목하게 한 권우정 감독님.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스타일로 전국의 음신(音神)들을 소개해주는 기채생 감독님. 어떻게 보면 독립다큐 키드에서 이제는 자기만의 세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이들의 변화를 짚어보는 것도 이번 영화제가 관객 분들과 나눌 소중한 테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막, 카메라를 들고 세상과 소통 하려는 젊은 작가들에게 우리 시대는 경쟁의 피곤, 불안정한 미래, 그로인한 공간의 파괴로 함축될 수 있을 듯 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속에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카메라와 다큐멘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고, 그 소중한 결과는 이번 영화제의 단편 다큐멘터리 향연 속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지와 시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도 이번 단편 다큐멘터리의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낡은 것들에 대한 새로운 것의 매력은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이 젊은 작가들의 열정과 시도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이번 영화제와 관객들의 몫일 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런 신진 작가들과 중견 작가들 사이에 놓인 '사라져 버린 현장'입니다. 중견 감독이 자기만의 세계로 긴 시간동안 세상과 시대를 사유하는 동안, 신진 작가들은 '주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자기규정에 머물러 있는 듯 합니다. 2009년 용산에서의 철거민 참사와 평택에서의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권력의 사냥에, 독립다큐멘터리가 ‘현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는 단지 소재 차원에서의 문제는 아닙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과 접근이 있을 수 있지만, 진보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다큐멘터리의 정치적이며 미학적인 고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서입니다. 거대담론과 현장이라는 독립다큐멘터리의 도그마는 사라져야겠지만, 독립 다큐멘터리의 밑바탕에 대한 실천까지 사라져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그동안 이분법적으로 사고되고 평가되어졌던 독립다큐멘터리의 정치와 미학의 실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또 다시 봄은 올 것입니다. 거대영화제의 물량과 브랜드 사이에서 이 영화제가 봄의 연두와 함께 지속적으로 푸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관객 여러분들과 지난 1년을 거침없이 달려온 출품 작가들의 순전한 덕일 것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출품하고 비록 상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다큐멘터리의 현장에서 다시 만날 작가 분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고 상영의 기회를 얻은 25편의 작가들에게 자그마한 축하 말씀을 남깁니다.
 
분노와 웃음, 따뜻함과 냉철함의 축제가 될 이번 영화제가 어서 오기만을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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