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G20' 명목으로 알몸 주시하고 가방 뒤지는 정부

'G20' 명목으로 알몸 주시하고 가방 뒤지는 정부
[모든 길은 G20으로 통한다?④] G20 위해 집회 제한 가능... "G20 구실로 기본권 침해"

10.08.07 18:55 ㅣ최종 업데이트 10.08.08 14:58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홍보한 G20 정상회의가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다. 그러 나 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노점상과 이주노동자를 내쫓고 노숙인을 내모는 정부의 모습에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 진 후진성이 보인다. '사람'은 없고 '회의'만 남은 G20 정상회의의 단면을 점검해봤다.  <편집자말>

 
  
지난달 20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G-20을 빌미로 한 인권탄압 규탄 기자회견 도중 미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강민수
G-20
사례1) 여행 당일 공항에서 티켓을 산 A씨, 인천공항 보안검색에서 '요주의 승객'으로 분류돼 알몸 투시기를 통과해야만 했다. 알몸 투시기는 그야말로 '알몸'이 드러나며, 투과정도에 따라 성형 보형물도 나타날 수 있다.

 

사례2) 코엑스 일대를 지나다가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경찰의 눈길을 느낀 B씨. 왜일까 갸우뚱하던 차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과 가방검색을 요구한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B씨는 불심검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3) 집회를 준비하던 C씨는 경찰로부터 집회를 금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집회장소가 경호안전구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결국 집회는 불허되었다.

 

이 모든 게 G20 정상회의 개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임을 자랑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자부심과 정반대되는 후진적인 인권후퇴의 단면이다.

 

국민의 알몸 주시하는 국가

 

  
알몸 투시기에 대해 보도한 독일 '빌트'지.
ⓒ www.bild.de
알몸투시기
'사례1'에서 등장한 알몸 투시기는 국토해양부가 G20 정상회의를 맞아 안전과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요주의 승객으로 분류되면 알몸 투시기를 통과해야 한다. 분류 기준으로는 미국 교통안전국(TSA)에서 지명했거나, 14개 요주의국에서 출발·경유한 경우, 여행 당일 공항에서 티켓을 산 경우, 여권 발행 국가의 언어를 못하는 승객 등이 있다. 이 조건에 해당되면 자신의 알몸을 타인에게 보여주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알몸 투시기에 대해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기존의 장비와 보안 요원만으로도 국가 행사를 무사히 치렀고 보안요원의 자의적 판단이나 특정 국가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대상자로 분류되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위는 "내밀한 신체부위를 통한 은닉과 접힌 살에 폭발물을 숨길 경우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영국 하원의원 벤 월래스 및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 전문가들의 반론이 있었고, CNN·BBC 기자들의 실험을 통한 보안검색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지적 등을 고려했을 때 테러 예방의 효과성이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알몸 투시기의 무용성을 꼬집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권위는 지난 6월 국토해양부에 알몸 투시기 설치 금지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는 알몸 투시기 설치 뜻을 굽히지 않았다. 8월 현재 국토해양부는 인천공항을 포함한 4개의 공항에 알몸 투시기를 배치해둔 상태다. 정부는 '테러 예방 효과 근거가 약한' 알몸 투시기를 통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테러 위협을 대비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알몸'을 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침해다.

 

법의 이름 아래 시행되는 기본권 침해

 

또 다른 침해는 '법'의 이름 아래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하고 해당 구역에서 집회·시위를 못하도록 경찰서장에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서장은 집회·시위를 금해야 한다.

 

'경호안전구역'으로는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등 정상회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장소 및 그 주변의 장소를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범위의 명확한 제한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불특정한 범위 내에서 경호처장의 '필요 판단' 여부에 의해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당할 소지가 크다.

 

경호안전구역에서는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등이 이뤄질 수 있으며 안전구역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이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법상에서는 '사례2'처럼 경찰이 불심검문을 해 왔을 때 거부할 권리를 가지지만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 상에서는 무조건 불심검문에 응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해당 법 4조에 따르면 통제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행정기관장이나 공공단체 장에게 업무지원과 인력 동원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경호처장은 동원협조 요청에 군이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방위법에 의하면 군은 계엄 상황 외에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을 대상으로 활동할 수 없으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은 비록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적용되는 한시적인 법이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특별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통합방위법에 우선해 적용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해져있다.

 

"다른 무엇보다 G20이 중요하다는 기준 강제하는 정부의 오만"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경호안전법이 가져올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민수
미류

이러한 독소조항들을 안고 있는 경호안전 특별법에 대해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을 무시한 채 국가기관이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채워 놓은 족쇄를 모두 풀려 하고 있다"며 "다른 무엇보다 G20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준을 정부가 세워놓고 이를 강제하는 오만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류 활동가는 "G20 정상회의 자체가 세계 경제 질서를 일부 국가들이 모두 주도하겠다는 오만을 함의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오만들로 작동하며 이주민과 노숙인을 밀어내는 반인권적인 접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노점상을 단속하고, 이주 노동자를 내쫓으며 노숙인을 몰아내고 있다. 2달 새 3000명의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서 추방되었고, 반복되는 단속에 노숙인과 노점상들은 거리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다. '사람'은 없고 '회의'만 남은 G20 정상회의의 모습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