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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의 단시과 저 위의 그들: 지율스님 단식 47일째에 붙여

47일의 단식과 저 위의 그들 : 지율스님 단식 47일째에 붙여

 

비나리(http://www.greens.or.kr/)

요즘은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한다. 사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잠깐 움직이면, 움직임의 대가로 이틀간을 거의 죽은 것처럼 자야한다. 그래도 여전히 몸이 아프다. 그래서 살살 움직이려 한다.

몇 번 정도 죽을뻔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집에는 전혀 효자와는 상관없는 나한테 부모님들이 약간의 방황을 참아주는 건,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있지 않을까... 괜히 그런 생각을 해본다.

천성산 문제에 대해서 올 1~2월경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져 있는 천성산의 문제는 쉽게 이것이다 저것이다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1. 유마힐의 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

얼마 전에 유마경을 읽었다. 삼보일배를 떠날 때의 수경스님이 유마경 얘기를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얘기가 뭔지 잘 몰랐다.

석가 시절에 이미 깨달은 사람이 있었다. 이미 부처인 사람의 이름은 유마힐이었다. 병문안을 가라고 석가가 제자들에게 얘기를 했다. 예전에 한 번씩 유마힐한테 쫑코, 요즘 식으로 하면 선문답에 한바탕 당한 제자들이 병문안을 가기를 꺼려했다. 석가의 10 제자 중 막내인 문수가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가게 되었다. 문수는 지혜를 상징한다.

문수는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가서, 유명한 세상 만물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중생들이 아픈데 석가가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들은 문수는 부처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마지막 중생까지 해탈할 때까지 세상에 머물기를 자청하고, 그래서 문수는 문수보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세상 어디에선가 아픈 중생들을 해탈시키기 위하여 떠돌고 있다...

이게 유마경과 관련된 얘기이고, 실제 법전에는 나머지 9명의 제자가 왜 병문안을 가지 못하는지 핑계대는 얘기가 나와있다. 온갖 좋은 얘기나 가치도 다 뻥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 이게 유마경이 우리에게 던져준 질문이다.

2. 지하수법과 습지의 문제

우리나라의 지하수법은 건설교통부 소관사항으로 되어있고, 기본적인 법의 정신은 지하수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어떻게 관리사항으로 유지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관점에서 지하수는 시선에서 멀어져 있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한참 터널을 시공할 때 지하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가 논란거리에 있다고 보면 된다. 대형 택지개발과 지하수의 관계는 아직 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건설교통부의 자하수 담당관을 한 달 전에 직접 만났다. 착하게 생긴 아저씨다... 눈 껌벅껌벅 거리면서 터널은 어떤 식으로 갈래가 잡힐 것 같다고 대답해주었다. 나는 민원인 신분이다. 택지에 대한 건, 선생님이 어떻게 좀 해결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오히려 나에게 담당관이 부탁을 한다. 마음이 답답했다.

지하수 문제가 앞으로는 사람들의 시건 한 가운데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지금 생태를 주장하는 소위 '경관생태(land-scape ecology)'와 식생 중심의 생태주의가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 지하수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경관생태를 가장 활용한 사람으로서 이명박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다. 녹색이라는 이미지로 '녹색서울'이라고 얘기할 때는 조경으로서의 생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은 생태계의 1/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녹색이라는 사실이나 나무 몇 그루 심는다는 것이 생태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천성산에 터널을 관통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지하수 문제 때문이다. 터널을 관통하면 상당히 보존가치가 높고 - 그야말로 괜찮은 - 천성산의 습지가 말라버리게 된다. 다른 산은 괜찮을까? 물론 다른 산도 무턱대고 터널을 뚫으면 터널을 통해서 지하수맥이 이리저리 잘려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크게 보면 천성산 문제와 서울시의 은평 뉴타운에서의 지하수 문제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는 터널을 뚫으면서 천성산의 습지가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가 하나는 진관내동, 진관외동의 북한산 바로 밑에 30층 짜리 건물을 짓는다고 지하 10미터 이상을 파내려갈 때 다른 지역에서 - 이 경우는 산 - 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천성산의 습지의 경우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동의하는데, 이게 고속철 통과와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개별 습지에 대해서는 보호해야 한다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보호의 대가가 천성산을 고속철이 통과해서 안된다고 하는 순간에 그렇다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작은 것에 대한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한가운데 떡하고 들어앉은 것이 도롱뇽, 정확히 얘기하면 제주도롱뇽이 천성산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은 중요하지 않고 도롱뇽만 중요하냐고 하면 별 할 말은 없지만, 제주도롱뇽은 멸종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시행규칙이 내년 1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여기에 의하면 제주도룡뇽은 2급 보호대상이다. 1급도 아니고 2급 보호대상의 동물가지고 이런 난리를 펴냐고 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이 시행규칙은 내년 2월에나 발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이 이런 법리 해석의 문제로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여기에서 불법적인 요소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애초의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태조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그래서 제주도롱뇽을 비롯한 인근의 식생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고, 그리고도 환경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없다고 해서 시행이 된 것이라면 적어도 적법성에 대한 논란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3. 47일째의 단식과 환경영향평가

문제인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 중재에 나선 것은 KTX와 법정소송의 2심에 올라가 있는 사건의 당사자인 지율 스님 사이에서 적당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고, 그 주된 내용은 도롱뇽을 비롯한 생태계의 식생조사 부분을 다시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의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가 불거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고, 두 번이나 재검토 약속이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지만, 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2차에 걸친, 그리고 지금의 47일 단식이 가운데 들어가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얘기가 좁혀진 것은 3개월 조사, 6개월 조사라는 두 가지 기간과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 사이에 협상의 핵심이 들어가 있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정부가 번복하는 일은 없다는 오만함(!)이 환경영향평가의 주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된 경우에 어떻게 한다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사를 새로 하더라도 시민사회 혹은 불교계에서 알아서 한다가 첫번째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하더라도 3개월 내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시행측에서 가지고 있는 불편한 점은 현재로서는 딱 한 가지이다. 4계절 평가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봄이나 가을에 시작하면, 3계절 평가만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들은 대개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미리 시작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착공일자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6개월이라도 두 달 동안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 이걸 3개월로 줄이면, 현실적으로 조사인단을 꾸리고 또 조사를 위한 용역비를 마련하고 하여간 하다보면 한 달이 그냥 지나가게 된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조금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본질보다 더 본질에 가까운 문제가 그 동안에 공사를 중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천성산 공사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공사 진행과 조사 사이의 위계 문제 같은 것들이 불거져 있다.

4. 생명...

협상을 결렬되었고, 지율스님은 단식에 묵언 하나를 추가하였고, 매일 두 시간씩 사람들과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신다.

불교계가 여기에 대해서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불만감은 현 정부와 사찰 사이의 관계인데, 전국토에 대해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벌여서 경제를 단기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긴급처방이 산마다 사찰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와의 힘겨루기 양상을 가지고, 차제에 아예 정부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거 아니냐는게 불교계가 가지고 있는 그ㄴ본적인 불만감이다.

예전 식으로 표현하면 곡기를 끊고 고단했던 삶을 정리하기로 결심을 하신 지율스님을 보면서 과연 모순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 다시 한 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생명... 생명이란 과연 무엇일까? 도롱뇽 몇 마리라고 이해하는 것과 제주 도롱뇽 몇 마리가 현 사회에서 그리고 현 정권에서 죽어가는 것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 사람의 생명이 계산상 많은 경우에 20억 정도 작은 경우 10억 정도를 계산에 포함시킨다. 도롱뇽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개 한 마리의 가치를 이런 가치환산법으로 계산하면, 한 근에 4,000원에서 8,000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이렇게 계산했다. 도롱뇽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과연 옳은 질문인가 그리고 옳게 생각하는 방식인가에 대해서 뿌리 깊은 회의를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방식이 사유가 '합리적인 사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합리적인 사유로 토론하자...

동일한 방식의 사유가 김선일씨의 죽음에서도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율스님의 환경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은폐와 법리적 순서가 잘못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생명의 합리성... 과연 생명에 대해서 합리성이라는 말을 해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통합적'으로 사유해야 한다는 것이고, 천성산의 의미는 도룡뇽의 의미만도 아니고, 도롱뇽이 살고 있는 깨끗한 물을 가지고 있는 습지의 문제만도 아니고, 산 자체의 의미도 아니다. 도롱뇽이 살 수 없는 곳에 다른 것들이 살기 어렵다는 의미와 함께 돈으로 표현된 모든 것만이 가치라고 하는 생각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생명과 평화...

5. 대체노선에 대한 논의와 현재의 논의

천성산을 관통하지 않는 또 다른 노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대체노선에 대한 논의의 제기가 있었지만, 이런 얘기가 별로 힘을 받지 못한 이유는 대체 노선과 관련된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또 다른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의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47일... 얼마나 더 갈지 모르지만, 현재의 단식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 도대체 문제의 출발이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논의는 지율스님을 어떻게 양보하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한 스님의, 한 선각자의 고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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