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친사랑

2018/07/13 15:40

 

나오미는 아침마다 11시가 지나도록,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부자리 속에서 깜빡깜빡 졸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합니다..(326쪽)

 

그녀는 세수를 하기 전에 침대에서 홍차와 우유를 마십니다. 그러는 동안 몸종이 목욕물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목욕을 하고, 욕탕에서 나오면 잠시 누워서 마사지를 시킵니다. 그런 다음 머리를 묶고 손 톱을 다듬고...식당에 나오는 것이 대개 1시 반쯤입니다. (326~327쪽)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까지 거의 할 일이 없습니다. 밤에는 초대를 받거나 또는 손님을 초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호텔로 댄스를 하러 가거나, 어쨋든 뭔가를 하지 않을 때가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그녀는 다시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나오미의 친구들은 자주 바뀌었습니다..(327쪽)


사람은 한 번 호된 꼴을 당하면 그게 강박관념이 되어 언제까지나 머리에 남아 있는 듯, 나는 아직도 전에 나오미가 나가버렸을 때의 무서운 경험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그녀의 바람기와 방자함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그 결점을 없애버리면 그녀의 가치도 없어져버립니다.

바람기가 있는 계집이다, 제멋대로 하는 방자한 계집이다,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귀여워져 그녀의 함정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화를 내면 낼수록 내가 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328쪽)

 

 

- "다니자키 준이치로, 김석희 옮김, 2013, <미친 사랑>(원제목(일어)은 ‘치인의 사랑’), 시공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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