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사랑의 형태

2019/09/18 16:37

1. 에로스(Eros) :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사랑

- (플라톤) ‘인간의 마음속에서 홀연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을 엄습하는 본능적 사랑’, 에로스적 정열의 주된 대상은 ‘아름다움’ -> 에로스적 사랑은 남녀, 성숙한 남자와 젊은 청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정신적 일체감에서부터 남자끼리 육체적 애정 표현을 추구하는 남색까지도 에로스 안에 포함

- ‘에로스’는 ‘성애적 사랑’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랑’까지도 포함, 다만 에로스가 정신적 사랑으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근거는 ‘육체적 아름다움’에 있음 ; 인간 육신의 아름다움이 지식과 덕의 아름다움으로까지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이 플라폰을 위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공통된 생각

* (에로스 안이 이미 필리아나 아카페적인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음) 육체적 아름다움에 바탕한 ‘미적 숭경’이 바로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그리고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든 다 똑같이 적용되는 사랑의 본질

 

2. 필리아(Philia) :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사랑(우애적인 사랑)

- 그리스어 ‘필로스(Philos)’에서 유래, 필로스는 친구라는 뜻으로 필리아는 ‘우애’를 가르키는 말 -> 좁은 의미에서의 우정보다는 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의 우정, 즉 우리가 감각만으로는 감지해낼 수 없는 정신적인고 인격적인 사랑

- 필리아는 짐승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인간의 ‘인격’안에서만 계발될 수 있는 사랑 -> 단순한 동성끼리의 우정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애(부모와 자식, 형제애), 부부애 등을 포함

***(필리아는 에로스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음) 이른바 ‘플라토닉 러브’라는 것이 정신적 우애에 바탕을 둔 아름다운 미소년과의 동성애적 감정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때, 필리아 자체가 따로 독립해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것 ->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나 형제간이라고 해도, 언제나 사랑의 바탕이 되는 것은 ‘육체적 아름다움’일 수 밖에 없음

 

3. 아가페(Agape) : 성스럽고 은총이 가득 사랑

- (주로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 신이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한없는 은총 -> 인간 사이에서 아가페적 사랑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무조건 주는 사랑’이거나 ‘헌신적인 사랑’ 정도의 의미

**(아가페적인 사랑이 아무리 숭고하고 정신적인 차원의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종교예술을 통해서 아가페 안에 내포된 ‘미적 요소’를 많이 발견함) 불교의 관세음보살상의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의 모습, 성모마리아의 초상이나 예수그리스도의 초상을 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그려내려고 함 -> 절이나 교회에 나가서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은, 아카페적 사랑 그 자체 만으로써가 아니라 에로스적 사랑이 더불어 충족되기 때문(교회에 젊은 여자들이 많이 나가는 것은 이성으로서의 예수가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 예수는 33세에 죽었기 때문에 ‘영원히 늙지 않는 미남 청년’, 석가모니는 여든 살에 죽었지만 석굴암을 비롯한 곳곳의 부처님상은 가장 건장하고 원숙한 육체미를 보여줌)

 

=> 그러므로 사랑에는 에로스밖에 없고, 필리아나 아가페는 인간이 에로스적 사랑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 대용물로 취하게 되는 자위적 성격의 사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마광수, 2013, <청춘>, 책읽는귀족, 48~54쪽에서 발췌하여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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