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슬픔
오 내 사랑, 넌 내가 팔베게 해주는 걸 좋아했지
내 팔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곤 했지
처음에 난 그저 행복하기만 했어
곱게 잠든 네 얼굴에 키스하며 온밤을 새웠어
오 내 사랑, 제발 기억해 다오
내가 아픔을 참고 매일 밤 팔베개를 해줬다는 걸
하지만 난 결국 팔에 신경통이 생겨
더 이상 팔베개를 해 줄 수가 없었지 정말 아팠어
오 내 사랑, 그러자 넌 내 곁을 떠났다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나는 팔이 아파 너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다만 애원하며 설득했을 뿐, 이것이 사랑의 실존이라고
오 내 사랑, 그래도 넌 내 곁은 떠났다
팔베개 하나 못해 주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립다 내 사랑, 제발 기억해 다오
내가 매일 밤 팔베개로 널 재웠다는 걸
돌아와라 내 사랑,
이젠 팔이 다 나았으니
(마광수, 2016, <섭세론 涉世論>, 철학과 현실사, 44~45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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