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표절하라, 트래피즈 컬렉티브, 황성원 역(2009),  이후 .
▷거꾸로 생각해 봐, 홍세화 외 7명(2008), 낮은산
 
  책을 분기마다 몰아서 구입하는데, 사놓고 보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주제로 묶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 지난 번에 빌려 읽은 '학교개조론'을 시작으로 이번에 구입한 '거꾸로 생각해 봐'(이하 '거꾸로')와 '혁명을 표절하라'(이하 '표절')가 같은 맥락 속에 놓여 있었다.
 
  지긋지긋한 관절염같은 군 복무 시절, '미시사'라는 용어(혹은 영역)를 알고 거대한 정원에서 들꽃 무리로 눈을 돌린 적이 있었다.  정치사와 철학사같은 거대담론에만 의미를 두고 가슴 속에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억지 독서를 하던 중,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라는 책세상문고를 보고 '아하' 체험을 하였더랬다. 그 후로로터는 가볍지만 머리를 '뎅~!'하고 울려주는 미시담론 서적들을 즐겨 읽고 있다. 오늘 언급할 책들도 여기에 속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과 저자만 보고 고른 두 책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이들이 쉽고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거꾸로'는 홍세화를 비롯하여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진보진영 인사들이 청소년을 상대로 쓴 사회비평서이다. 7가지의 주제로 묶인 이 글들은 모순이 되는 질문과 답을 함께 제시하고 어떻게 그 모순이 참이 될 수 있는지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그리고 반말(!)로 다정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사회, 문학, 정치, 경제, 의학 등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중3 이상의 청소년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주변에 아이들이 있으면 생일 선물로 주기에 적당하다. (물론 생일 선물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선물'이 아니라 '숙제'를 받았다는 '므흣'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에 이 정도는 어려울 것 같고 나중에 고학년을 맡게 되면 학급문고로 비치하고 읽혀야겠다.
 
  '표절'은 아직 여는글 정도만 읽었지만, 대체로 '거꾸로'의 성인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꾸는 방법 이전에 자신을 바꾸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자신'이란 '살면서 일하고 있는 실제 세계와 가끔씩 엿보며 지내는, 꿈꾸는 세계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를 말한다. 웨스트민스터 성당 지하에 있는 성공회 주교의 묘비에 적혀 있다는 글귀

1처럼 세상을 바꾸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바뀌어야 함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려 하지 말고 작은 틈새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훨씬 더 가능성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나에게 틈새란 우리 반 아이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9가지 영역에 걸친 이 책의 읊조림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된다.
 
  이상 두 권의 책을 맛보았다. 나처럼 머리만 있고 몸뚱아리가 없는 B급 행동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믿는다.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면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도 함께 곁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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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1에 나오는 내용으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 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 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 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텍스트로 돌아가기
2009/07/01 21:21 2009/07/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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