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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일상)'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3/26  ...빨간 고양이 탐 이야기...
  2. 2013/03/18  봄비
  3. 2012/12/05  대선 토론 후기
  4. 2012/11/14  ...퇴근 길 풍경...
  5. 2012/10/16  골목길 산책 여행
  6. 2012/10/02  몰랐던 이야기
  7. 2012/09/30  추석 연휴
  8. 2011/09/05  고려대 유감 (1)
  9. 2010/11/28  ...모바일 블로깅 테스트... (2)
  10. 2010/11/25  ...두렵다...

빨간 털을 가진 고양이가 살았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고양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어떤 고양이도 그에게 그루밍을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털색이 불운을 몰고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자신의 꼬리와 술래잡기를 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때 탐은 마을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무작정 길을 나서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둥이를 높이 들고 우아하게 뻗은 자신의 수염을 바람에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전해주는 무수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그의 수염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수염이 제일 흡족하게 떨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습니다. 세 번의 낮과 밤이 지난 후 도착한 곳은 어느 바닷가 마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수염을 간지럽힌 것이 바로 바다를 가득 채운 생선의 비릿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탐은 바다 가까이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마을에서도 미움을 받은 그였기에 작은 몸 하나 숨길 수 없는 텅 빈 해변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쌓아 놓은 그물 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저 멀리 흔들리는 바다를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꼬리를 말아 앞발 위로 올려놓고 바다에 푹 빠져 있던 탐은 혀를 동그랗게 말며 하품을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웬 꼬마아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탐은 두려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욕을 하며 돌을 던질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는 예상과는 달리 잠시 동안 탐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는 휙 뒤돌아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순간, 탐은 아이 입가에 번진 작은 미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용기를 내어 그 아이를 따라 갔습니다. 고양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눈치 채지 않게 걸을 수 있었기에 아이 몰래 따라가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깡충거리며 뛰어가던 아이는 빼꼼히 열린 대문 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탐은 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아이가 들어간 현관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탐은 그 사이 아이에게도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담 아래로 뛰어내리려 앞발을 허공으로 내딛는 그때 현관이 다시 열리고 아이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탐의 눈에 비친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품에는 탐스런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탐의 수염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 마을을 떠날 때 자신을 이끌었던 그 떨림이었습니다. 두 고양이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뛰어내리더니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수염의 미세한 진동이 점점 커졌고 이윽고 심장에까지 다다르자 둘은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르릉 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서로의 고운 품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바닷가 마을에서는 빨간 고양이와 주황 고양이가 사이좋게 바다에 앉아 그들의 털만큼이나 고운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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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6 21:51 2013/03/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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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그렇게 말한 건.

그 문장이 평소처럼 가슴에서 솟구쳐 머리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폐를 거쳐 혀를 타고 그 사람 귀에 가 닿은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람을 보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지겨우리만큼 상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건 남자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거였다. 짜릿하고 황홀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그 말도 그랬다. 그 사람이 들으면, 어쩌면 흘려듣는 게 당연한 의례적인 칭찬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품어서는 안 되는 마음을 들켜버린 듯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방금 전, 나를 스쳐 앞으로 뛰어가던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서며 나를 보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겨우내 입 속에 간직한 그 말을 터트리고 말았다.

“옷이 참 잘 어울려요.”

웃으며 돌아서는 그 사람 뒤로 밤사이 내린 봄비에 젖은 운동장 모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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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22:59 2013/03/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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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2013/03/18 22:59 세상쓰기(소설)

‎1. 대선 토론은 정책 검증 시간인가?
 대답은 '아니오'일시다. 대선 토론은 서로의 정책을 '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없다.
 정책이 궁금하면 그들의 정책 공약집을 보면 된다. 또는 각종 언론에서 비교해 주는 데이터를 봐도 무방하다. 어차피 공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일 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SF 블록버스터급 구라가 아니면 그럴싸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대선 토론 나와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내가 내일부터 한 시간 일찍 일어나겠다는데 그걸 가지고 논증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그럼 대선 토론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의 미래, 비전만을 보고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짐작하여 관계를 맺는다. 대선 토론도 마찬가지이다. 공약은 미래의 일이다. 공약 검증은 임기 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대선 토론은 대선주자의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의 행적에 의해 공약의 현실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넌 내일 일찍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어제까지는 늦잠 잤잖아.'라는 얘기만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의 토론을 총평하자면 박근혜는 멍청했고, 문재인은 순진했으며, 이정희는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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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13:04 2012/1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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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길, 골목 입구에서 수컷 고딩 두 마리가 자전거를 세우더니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직업병 발동하야 두 마리에게 성큼성큼 접근,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어 담배를 요구하는데...

...
이건 뭥미?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손에 든 두 개비의 담배를 내놓길래
옳거니 호구구나 하고 주머니에 있는 담뱃갑도 함께 바치거라 하니 고딩 왈,
구석에서 피우는데 왜 참견이시냐, 그리고 왜 형한테 내 놓아야 하느냐며
겁대가리를 안방 장농에 고이 쟁여두고 온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더이다.
형이라는 한 글자에 너에게로 날아가 한 마리 형이 되고 싶었으나
스며오르는 미소를 어금니로 꽉 채워두고는
두 마리를 머리어깨무릎발 무릎발 순으로 훑으니,

순간 섬광처럼 낯익은 교표가 내 동공을 거쳐 망막에 들어오더라.
오호 백운대 정기 받아 우뚝 선 영광의 전당 내 모교 아니던가?!
겉옷을 젖혀, 어쩌면 집안 어르신이 크게 되라고 큰 돈 쥐어주고
지어 왔을지도 모를 그 녀석의 이름 석 자를
소리 내어 읊으며 내 두 눈에 고이 박아두고는
본인은 자네 학교의 8회 졸업생이며,
무엇보다 형이 아니라 중학교 생활지도 교사이니라 하고 신분을 밝히니
두 눈으로 우리가 주옥같이 되었구나 하더라.

마지못해 꺼내는 마.세 한 갑을 조심스레 건네 받아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고이접어 나빌레라 하고
내일 학교로 연락하여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 주마 한 마디만 남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니
두 고딩은 부지소종이니라.

<방선감의록 중에서>

문> 위 소설의 주제로 알맞은 것은?

① 부러진 담배도 다시 봐야 한다.
② 담배는 외진 곳에서 피워야 한다.
③ 골초 고딩 두 마리는 열 교사 안 부럽다.
④ 담뱃갑은 허리띠와 등 사이에 숨겨야 한다.
⑤ 주인공 방씨는 최강동안으로 고딩에게도 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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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 17:55 2012/11/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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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밤마다 운동 삼아 산책을 한다. 뜀박질은 호흡이 얕고 짧아서 금방 지치고, 자전거는 밤에 타기 위험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기와 자전거는 먼 거리를 가야 운동이 되는데 왠지 멀리 가면 집에 오기 귀찮아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산책이다. 한 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부담되지 않으면서 은근히 몸에 열이 오른다.

 

  매일 산책을 하는 데에는 별다른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데 다만 한 가지 원칙은 기억해야 한다. 바로 '똑같은 길로만 다니지 않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면 지겹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나설 때 마다 어디로 가야할지 잠깐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게 산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오늘은 고속도로만큼 넓은 큰길로 나섰다가 길건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골목길로 발길을 옮겼다. 내가 사는 창동은 지금의 아파트촌이 들어서기 전에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게 생긴, 주차장보다 좁은 마당 정원에 감나무가 으레 한 그루 쯤 서있는 고만고만한 이층 양옥집이 늘어서 있던 동네였다. 지금은 그런 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다행인지 몰라도 큰길 너머에는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동네가 딱 한 구역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신식 빌라가 몇 채 이어져서 괜히 들어왔나 싶었다.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저쪽 귀퉁이만 돌아보자는 심정으로 걸었는데 웬걸 골목 골목을 헤메는 동안 조금씩 그 안의 풍경이 눈과 코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어느새 나는 골목의 흐름을 타고 떠도는 여행자가 되어 버렸다.

 

  뜬금없이 여행자라고 하니 뭔가 과도한 감정몰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드문드문 불을 밝힌 구멍가게의 간판만 없다면 아시아 어느 소도시의 골목이라 해도 괜찮을 그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설렜다.

 

  그곳에는 동네 형의 손을 붙잡고 따라나섰다가 길을 잃었던 유년의 골목이, 한 시간에 오백원 주고 빌려 타던 자전거로 온 동네를 누비던 개구장이 골목이, 그리고 외가 동생들과 신나게 눈썰매를 타던 추억의 골목이 역사처럼 얽혀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그 안에는 또 어둠이 내려 사막마저도 포근하게 보였던 자이살메르의 골목이, 동네 지기들과 술 한잔 걸친 어른들이 어슬렁 거리던 쿤밍의 골목이, 그리고 외지인을 호기심과 경계의 눈빛으로 훔쳐보던 카트만두의 골목이 카세트 테잎처럼 차근차근 감겨있었다.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그곳을 거닐다가 낮잠의 꿈처럼 골목이 갑자기 끝나버려 조금은 아쉬었지만 요 근래 산책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번에는 배낭이라도 메고 돌아봐야겠다.

 

(글이 갑자기 끝나는 기분인데 고칠 기운이 없다. 아까 너무 신났었나보다. 졸립다.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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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6 21:17 2012/10/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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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를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

 

정글북(Jungle book)으로 유명한 루드야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키플링'이라는 가방 브랜드도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모험심이 가득한 동화의 작가로,

노벨상을 수상한 명필로,

'만약에(If)'와 '천 명의 사람 중 한 사람(the thousandth man)'이라는 그의 시처럼

부성애 가득한 아버지이며, 믿음이 충만한 동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끔찍한) 것은 그는 폭력 그 자체에 미적 취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백인의 짐(The White Man's Burden)'에서는

학살을 통해 필리핀을 정복한 미국을 찬양하였고,

'Fuzzy-Wuzzy'에서도 영국군에 대항하며 살육을 행한 하덴도아족 전사를 찬양하였다.


아무리 계몽과 자유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폭력 그 자체는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외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하기 전까지 전쟁 또는 폭력 그 자체를 미화하였다.

이 글을 통해 너그럽고 인자로운 그의 미소(작품) 뒤에 가려진 발톱도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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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21:44 2012/10/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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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데도 못 쉬는 모든 분들, 추석이 지난 후에도 못 쉬는 분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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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30 15:07 2012/09/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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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가 성추행범 의대생 3인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다. 성추행 범죄는 6월 3일에 처음 밝혀졌다. 징계 결정은 그로부터 3개월이 걸렸다.  징계 결정이 늦어진 것은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란다.

  웃기는 것은 지난 2006년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한 학생들에게 고려대 측은 단 2주만에 출교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성범죄자들에게는 3개월이라는 고심의 기간을 줄 만큼 여유가 있지만, 본관을 '감히' 점거한 그리고 교수를 억류한 학생은 단 2주만에 출교시켰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은 사람의 인권보다 본관을 더 소중하게 여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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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19:49 2011/09/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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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다 심심해서 핸드폰으로 접속했는데 글쓰기가 어렵지않다 종종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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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8 22:15 2010/11/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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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깨지는 것도 두렵지만,

 

그동안 진일보한 합리적 판단이 무저질 것 같아 두렵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청소년에 대한 군사훈련도, 무차별한 징집도 다시 부활할 것만 같다.

 

힘의 논리가 아닌, 이성의 논리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작은 희망마저

 

군홧발에 짓밟힐까 두렵다.

 

조금만 더 차갑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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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3:12 2010/11/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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