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다. 성스럽게 미사를 보고 집에 와 거룩하게 밥을 먹고 회개하듯 잠을 잤다.

 

소파 속에 빠진 절대 반지를 찾아 헤매다가 경건하게 해가 질 때 쯤 정신을 차렸다.

 

새롭게 선출된 교황의 첫 강복 메시지를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첫 소설을 쓴다.

 

또 다시 시작될 내일의 출근길에 늘 그렇듯 등 뒤에 붙어갈 가방 속에는 일거리가 수북히 쌓였다.

 

할일 없어 시작한 소설도, 해야만 해서 시작한 소설도 아니라 일감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볍다.

 

가벼운 글자들이 무거운 출근길에 설레는 봄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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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7 20:56 2013/03/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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