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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8  ...어린왕자의 가면...을 읽고

 

간만에 쓰는 서평이다.


김상태 씨가 쓴 <어린왕자의 가면>을 읽고 몇자 적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어린왕자'라는 이야기에서

우리가 간과해던 어두운 이면을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삶과 연관지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일단 주제만을 놓고 보면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에 딴죽부터 걸고 보는

나와 같은 삐딱이 부류에게는 참으로 군침 도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이 책을 이번처럼 페이스북의 어느 유명한 작가를 통해서 추천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서점에서 들춰보고 맛보아 가며 골랐다면 아마 내 수중에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주제를 전달하는 표현방법이었다.

작가는 어린왕자가 순수의 결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오만과 배제의 폭력으로 점철된 '배척과 추방의 화신'이라고 하고 있다.

그것이 어느 삐딱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엉뚱하고 어설픈 해석이 아니라는 것도

생텍쥐페리의 여러 작품과 삶 그리고 관련 자료를 인용하여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것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가지 화자의 거친 숨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의 책은 화자가 흥분하지 않고 조곤조곤 풀어나갈 때 그 충격이 배가된다.

화자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인식의 틀에 아주 가느다란 균열을 조금씩 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때로는 화자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더욱 더 강하게 웅크려 조금의 균열도 허락치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화자는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려는 듯 거칠게 달리고 있다.

마치 썰 잘 푸는 선배가 악거리집에서 한 두 잔 걸치고는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모든 것을 쉼없이 늘어 놓는 일장연설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 책의 의도와 주제는 매우 훌륭하다.

이와 같은 신선한 시각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의 화자가 그렇게 거칠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이 서평을 쓰는 내가 괜한 딴죽을 걸고 있는지

그대가 한 번 판단해보라는 뜻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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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9:24 2013/01/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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