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악한 짓밟힘 속에서도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 스스로 온 몸을 던졌던 5.18민중항쟁이 올해로 25주기를 맞이하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항쟁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고 광주를 찾는 발길 역시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항쟁의 참된 의미는 점점 잊혀지고 있다. 항쟁을 단순히 지나간 역사로만 치부하려는 지배기억에 의해 항쟁을 끊임없이 현실로 재생하려는 대항기억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알고있듯이 5.18민중항쟁은 독재와 쿠데타로 점철된 반민주적 지배 체제에 대한 시민의 투철한 저항이었다. 때문에 항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반민주 지배체제에 대한 철저한 심판과 희생된 넋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민주사회를 위한 끊임없는 행동을 실천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항쟁에 대한 기억은 더 나은 민주사회를 이룩하는 열쇠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노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살 책임자들은 국가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사면되어 여전히 잘 살고 있는 반면, 수 차례 5.18 유공자 신청을 했던 어느 40대 남성은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기각되어 자살을 선택했다. 서울시는 서울역에 5.18민중항쟁 기념 홍보탑을 세우면서 ‘경축’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넣고, 5공의 주역들은 드라마 「제5공화국」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소견서를 당당하게 제출하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폭력과 인권유린의 실체를 잊은 채 미디어가 그려내는 전두환의 카리스마에 감복해 ‘전사모’ 카페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매년 5~60만 명이 광주5.18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분명 항쟁에 대한 왜곡된 기억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항쟁은 죽은 역사가 되고 심지어는 폭력적 억압을 부활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항쟁을 왜곡 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5.18민중항쟁이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오늘에 되살려야 할 현실적 과거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반민주의 잔재 때문이다. 따라서 더 나은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비유컨대 추모비가 아니라 열사의 외침을 통해 항쟁을 기억,계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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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6 21:41 2005/05/2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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