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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64일, 그리고 하루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무한한 접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곳, 그 시간이 없는 한 점에서, 인간의 진정한 생활이 영위되고 있다."(레프 톨스톨이 <인생독본> 중에서)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찾아온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숱한 생명체들 가운데

오직 인간이란 종(種)만이

'시간'이라는 철학적 사유 속에 존재한다.

 

자연 현상으로 보건데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든

하루와 하루 사이에 인간은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한한 욕망의 동물인 인간에게

똑같은 날들이지만

어쩐지 지난 3백64일을 반추해야만 할 것 같은

시간이 단 하루라도 주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일 게다.

 

옛 사람들의 혜안(慧眼)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2004년 마지막날 한 일간지에서 우연히 톨스토이에 대한 글을 읽고 떠올른 생각이다.

 

내년 3월 27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톨스토이전’이 열리고 있어서 그런지 올 연말에는 유독 그에 대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톨스토이는 선과 악, 욕망과 두려움, 이기심과 박애정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모습을 가장 잘 파악한 작가라고 한다. 

 

그는 백작 가문의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일찍 부모를 여의고 모성결핍과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대문호이자 사상자, 그리고 신학자로 추앙받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술,도박, 여성편력, 결투로 인한 살인, 허울뿐인 신앙 등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감행한 게 82살의 가출.

 

그는 집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집에서의 나의 입장은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다른 이유에 덧붙여 나는,내가 산 것과 같은 그러한 사치스런 삶을 살 수가 없기 때문에,내 나이의 늙은 사람들이 했던 방식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 날들을 고독과 평화 가운데 보내기 위해 세속의 삶을 떠났던 것입니다. 제발 이것을 이해해주고 설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낸다해도 나에게 오려는 시도를 하지 말기 바랍니다.”“집에서의 나의 입장은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다른 이유에 덧붙여 나는,내가 산 것과 같은 그러한 사치스런 삶을 살 수가 없기 때문에,내 나이의 늙은 사람들이 했던 방식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 날들을 고독과 평화 가운데 보내기 위해 세속의 삶을 떠났던 것입니다. 제발 이것을 이해해주고 설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낸다해도 나에게 오려는 시도를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집을 떠난 톨스토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라잔-우랄행 기차 안에서 폐렴에 걸렸고 간이역인 아스타포브 역장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톨스토이의 시신은 '평범한 묘지에 안장하고 기념비를 세우지 말 것이며 무덤 앞에서 슬퍼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흙무덤에 묻혔다. (국민일보 12월 31일자. '2004년 마지막 날에 읽는 톨스토이…여든두살 대문호 왜 집을 떠났나'에서 재인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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