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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가서 선글라스를 쓰고 건방지게 앉아 있었지만.

더이상 젊지도 않고 그럴 치기도 남지 않는
사람들이 길바닥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껴입을 마르크스도 바쿠닌 크로포트킨도 없고.
가진것은 오로지 형편없이 닳고 닳아 너덜너덜한 구호뿐 
그러나 아직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은
그래서 언제나 공허하게 느껴지는 주문같은 구호 밖에 없으니.


반자본 투쟁 반미 자주
여러분들은 이런 구호가 무척 낯설 것이고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투쟁을 하기 전에 우리는 이런 단어들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요.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를 노가다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건설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교량을 짓고  건물을 짓고 이 도시를 지었습니다.
우리의 이 두 손과 두 다리로.


그 두 다리는 광화문에서 멈추어 아스팔트 위에 있고
두 손은 할 것을 잃고 무릎 위에 떨구어져 있다.
자기를 죽이는 것.
이미 한 사람이 죽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죽고.
이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이곳에서 자기를 죽여서 얻어야 할 절실한 목표가 있다니.
슬펐다.
함부로 슬픔을 느낀다는 것은 치사한 일이고
그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더욱 치사스러운 짓이어서
최근 나는 많은 것에 대해 설명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그 때. 집회가 재미없는 것을 느낄 틈조차 없이 슬펐다.


전에 사람과 고양이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들의 영역은 겹쳐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아마도 기껏해야 네이버 첫화면 정도. 진짜 그럴까 싶었지만
이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가난한 마을에 강제철거가 들어오면
주민들이 밤길에 길을 가다가 괴물에게 얻어 맞는다.
원인을 알수 없는 도깨비불이 자주 등장한다.
경찰은 때린 사람도, 불지른 사람도 없다고 한다
이른바 오컬트 마을이 되기 시작하고
그 뒤에 포크레인을 끌고 와서 강제로 철거한다.


3000명이 일하는 곳에 단 6, 7개의 화장실로 버텨내야 하고
샤워실도 식당도 없이 먼지 볶음밥. 쇳가루 찌게를 먹고
바닥에서 쪽잠을 자다 일어나 깊은 거푸집을 만들고
밤 새 뜬눈으로 높은 건물을 짓는다.


한결같이 가증스러운 표정을 한 여배우들이 나오는 그런 새 아파트 광고들.
그런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그 새로 지은 집에 들어선다
은폐의 내력을 가진 이 모든 건물들은 무엇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 곳에서 누가 어떻게 눈물을 흘렸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고.
그들은 놀랍도록 겹쳐지지 않는다. 고양이는 사람한테 털이라도 부비지.
같은 시간에 또 다른 곳에서 이 모든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학교에서는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저런 공간과 공간성들을 학습하지만
그저 '자이' 같은 하나의 아파트를 짓는 법에 대해서만 다룰뿐
하나의 가난한 집을 지키는 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 놀라운 공간성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단 말인가.


또한

이 사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멈추어 서지 않고.

더러는 길이 좁다고 불평하며 가기도 한다.

광화문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좀처럼 겹쳐지지 않는
이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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