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영화 '스틸라이프' 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의해 곧 물에 전부다 잠기게 될 샨사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잠시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강과 산의 절경들, 그리고 이 모든 배경을 감싸는 안개를 곳곳에서 풀샷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그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을 제외한 출연자들은 모두 현지에서 케스팅된 사람들이며, 남자주인공은 영화감독의 사촌형인데 고향에서는 광부일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굉장히 사실적이다. 한편의 다큐멘터리같기도 하다. 주인공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선은 줄곧 그곳의 사람들을 향해 있고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한순간도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지 않는다. 사기를 당했을 때도, 도망친 아내를 재회했을 때도, 2년동안 연락이 없던 남편을 만났을 때도. 하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페르소나는 보는 나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감정의 극단에 내몰린 인간이 그것을 고스란히 분출해내는 연기도 쉽지는 않을 테지만 잔잔한 말투와 무심한 손짓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기는, 참 감탄스럽다. 안개에 싸인 산을 뒷배경으로 아찔한 높이에서 천천히 외줄을 타는 사람을 보여주는 엔딩씬은 정말, 뭐랄까. 인생이란 이런거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아렸다. still life,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는 거다. 마음을 열었던 소년이 죽어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오히려 먼저 이별을 통고하게 되어도, 도망친 아내와 다시 살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빚지게 되어도,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향땅이 수몰된다고 해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보잘 것 없어보이고 구질구질해보이는 개개의 삶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영화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이 영화와 청계천8가라는 노래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문득.

사실 조금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서라도 다시 한번 보고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