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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그토록 끈적이던 한낮이 지나가고

추적추적 비가 온다.

약한 빗줄기는

한낮의 늘어짐과 불쾌감을 모두다 씻어내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니 공기에 약간의 청량감이 감돈다.

강약의 세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는 엄마가 싸게 건졌다며

건넨 민소매 원피스를 하루종일 입고 있다. 통풍이 아주 잘되는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사계절의 변화에 아주 충실하게 반응하는 우리집에서 입기 아주 딱이다.

작년 여름, 그 무더위의 진절머리나는 기억때문에 올해 우리는 에어컨을 장만해

내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달아놨으나 정작 잘 사용하진 않는다. 인공적인 기온의 급변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학교에선 매우 잘 적응하는데, 집은 아직 아니다.

아까 읽다 만 책에서 글쓴이가 하도 베토벤의 음악을 칭찬하길래(칭찬이라는 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벅스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무작위로 골라서 듣고 있다. 역시 월광 소나타는 좋다.

각성을 촉구하면서도, 괜찮다고 위로해준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그저 편안하지만 않은 멜로디는..... 참...............

아무 약속없이, 어떤 일에 쫓기지 않은 채 사흘을 보냈다.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닥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려 한다. 권태롭고, 외롭다.

평소에도 외로운데, jw이 서울을 떠나 있으니 더 외롭다.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마음대로

문자도, 전화도 못하겠어서 더 그렇다.

갑자기 내 인생이 불쌍해졌다. 관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정이 없다-

계속 들었던 지적인데 나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그거다. 정이 없는거.

그렇다고 또 냉혈한은 아닌데.. 아직 사회화가 덜 됐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에

있어서. 내가 만약에 할머니가 될 수 있다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의 삶을 살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회의가 든다. 지금까지 해 온 것으로 봐선, 불가능하다. 덜컥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내가 불쌍해졌다.

내일은 도서관 가서 읽어야 할 책이나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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