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톱을 샀다.

예상했던 것만큼 뭔가 기계공학적이고 때깔나게 생기지 않았다. 거기다 300원밖에 안 해...-_-;

 

아저씨, 이거 진짜 줄톱 맞아요? 사진 찾아 보니까 뭣도 달려있고 그러던데..

(겨우) 이걸로 진짜 쇠가 잘려요? 창문에 달린 창살 같은 거요.

라고 묻고 나서 살짝 흠칫, 했는데 역시 나를 보는 아저씨의 눈빛이 묘해져서 얼른 돈 내고 나왔다.

도둑도 아닌데 괜히 제 발 저리는 기분은 뭔지'_';

 

여튼 전혀 기계처럼 생기지 않은 짧고 납작한 쇠막대로 화장실 창에 달린 쇠창살을 절단내고 있는 중이다. 디리링~ 하는 기계음을 내면서 깔끔하게 쇼아라락 잘려나가는 걸 상상했는데..

이래서는 위아래 다 절단해서 쇠창살을 제거하려면 일주일은 걸릴 듯.

 

좁은 창문에 얼굴을 대고, 또 괜히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까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줄톱(?)을 당겨대고 있는 동안은 마치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 빠삐용, 쇼생크 탈출의 앤디...? 맞나,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 그런 사람이 된 기분이다.

탈옥하느라 얼마나 힘들셨을까들..

 

그리고 뭔가 나쁜 짓 하는 기분인 게 꽤 스릴 만점인데.. 주인집에 말 안하고 기물 파손 중이니 드러내놓고 할만한 착한 짓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쁜 짓은 아닌데 무튼 난 좀 착한 것 같다. 아님 말고....

 

 

월요일에는 목걸이가 올 거다. 방울 달린..

내 휴대폰 번호를 적은 이름표를 붙여서 온이 목에 걸어줘야지.

창살 자르기를 마치고 나면 온이는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는 거다..

비만 고양이가 낭만 고양이로 도약하는 순간!!!

 

느낌표의 박력만큼 기쁘지 않다. 싫은데..

혹시나 온이가 길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멀리 나갔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하면,,,

집에 못 돌아와도 나름대로 살 길이 있다면 괜찮을 텐데 혹 봉변이라도 당하면.

잠들 때마다 그 상상이 되서-

하, 착잡해.

 

엄마 아빠가 나를 타지로 학교 보냈을 때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그치만 난 전화도 할 수 있고, 누구한테 잡혀가거나 사고를 당할 정도로 약하고 멋모르지 않잖아..

 

옳은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도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가끔 창밖으로 고양이들이 거닐고, 그걸 본 온이는 창가에 앉아 목이 터져라 운다.

온이는 고양이 친구도 필요할 거야..

온이의 세상을 내가 제한하고 결정짓고 싶지 않은데, 이런 생각도 책임 회피인 걸까?

사는 게 빈한해도 내 새끼는 내가 데리고 살면서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더 나은 거였을까?

 

생각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지..

하,. 

 

돼지야. 너땜에 속이 녹는다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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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5 22:17 2008/11/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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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칭칭
    2008/11/17 00:00 Delete Reply Permalink

    언니.......지금 온이 버리려고 그러는거지.....차라리 집으로보내

  2. Lovefoxxx: 라브♡
    2008/11/17 17:16 Delete Reply Permalink

    헉...그게 냥이에게 좋은 일일까요; 골목골목 차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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