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전율...이라고까지 하면 좀 오바스럽지만 무튼 그런 비슷한 이상한 느낌은 여러 번 읽어도 옅어지지 않는다. 이건 뭐 예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거잖어. 이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온, 앞으로도 지속될...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사람의 당당한 모습이야 언제나 호감을 주지만 저 넘쳐 흐르는 자신감이 같잖지도 않은 오만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는 건 진정 위대한 정신과 서사시가 확고하게 떠받치고 있는 거다. 게다가 스스로의 위대함을 그대로 파악하는 능력과 대범함이란...  그게 더 대단해. 저렇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비드는 불사를 얻은 것일 수도.

   

  이 시간 발표를 맡은 학생은 마무리하면서 결사에 드러난 작가의 자신감이 멋지면서도 오만하게 생각되어서 좀 웃겼다고 했다. 한 학기 수업 들으면서 최악이었던 발표 세 번 중 하나였던 주제에...  오비드더러 오만하다니, 쓸데없는 얘기 듣고 앉아 있느라 얼마나 짜증났는데 진짜 기가 막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생각하니까 또 어이없네.

 

  올 해 가을 오비드를 만날 수 있도록 틀지워진 내 운명에 감사하고, 읽는 법을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도 감사하다. 당신을 알게 되서 행복한 내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나를 벗어나야 할만큼 무거워지면 별 위로 날아오른 그의 영혼에게로 가닿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 무튼 요사이 날 설레게 하는 남자란 이천 년 전에 살았던 초초초초초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에 가까워 가는 김쌤이라는 이 희한하게 서글픈 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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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23:36 2008/12/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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