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사람이 참 좋아, 좋은 누구누구.... 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일그러진다.  

 

  순진한 건 멍청한 거고, 나는 그런 멍청함을 완전한 악감정을 담아 싫어할 수까지는 없지만 무튼 피곤하고 불편하고 좋지는 않다. 한 꺼풀만 벗기고 나면 온 세상 사람들의 경멸과 혐오를 다 갖다 들이부어도 모자랄 만한 추악한 면이.. 모든, 이라고는 못하겠지만 많은 사람들 안에 있는데..  대체 누가 좋은 사람이야.

 

 

  난 그 뒤로 사람을 못 믿겠더라, 정말. 그냥 괜찮아. 사는 게 원래 그런 거 잘 배운 거지. 왠지 어른이 된 것도 같고. 나는 덤덤히 말했는데 듣던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고 인간 혐오, 기피증 뭐 내가 그런 걸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치달을 만큼 저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바람의 화원은 엉성한 드라마였지만 내가 바람의 화원에 열광할 만한 이유는 미묘한 관능의 순간을 캐치하는 연출과 배경음악, 그 두 가지만으로 충분했다. 뭐 그런 거라는 이야기다.. 사람의 더러운 면을 인정하는 것과 그럼에도 그 선의와 가능성을 믿는 것, 그리고 좋아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니까..

 

순진한 건 멍청한 거라고 했지만, 나야말로 띨띨하고 멍청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던 오늘.

알면서도 놓치게 되는 그런 순간은 참 아찔하고 위험하다.

결국 잊을만 하면 다시 사람은 믿어서는 안 된다, 고 되뇔 수밖에 없는 거라.

정신 단단히 묶고 사는 수밖에.

이런 때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진부하지만 슬픈 것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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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9:02 2008/12/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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