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하러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슬라이드를 밀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액정에 네모난 틀이 뜨더니 갑자기 나타난 아빠와 동네 아저씨의 모습에 순간 놀라서 전화를 꺼버렸다.
다시 전화를 걸어 엄마 핸드폰 바꾼 거야? 했더니
내 물음은 완전 무시하고선 들뜬 목소리로 얼른 끊고, 전화 다시 할테니까 받아 보란다.
곧 다시 영상전화가 걸려왔다.
받자마자 화면을 꽉 채운 얼큰이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
"오메~ 우리 딸 얼굴 보이네!! 근데 너 어디냐?"
퇴근 시간이라 만원인 버스에서 운좋게 자리를 하나 골라잡아 앉아 있었던 건데,
엄마의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순간
별로 조용한 것 같진 않았던 버스 안이 유난히 조용해진 것 같았다 ㄲㄲ
나 역시도 영상통화는 첫 경험이라
엄마 나 버스 안이야, 라고 조용히 말하고 소리를 줄이고 싶었으나
어찌할 바를 몰라 자연스레 엄마처럼 큰 음성으로 말해 버리고, 당황하고 있는 짧은 사이에
"딸 엄청 이뻐졌다!!"
..........................................................
내 안에서는 억! ㄲㄲㄲ.... 하고 소리없는 비명이 났다
반경 2미터 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리는데
그저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의자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싶었어... 정말..
버스에서 내릴 땐 뒷좌석에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나저나 엄마가 영상통화되는 폰을 샀으니,
난 앞으로 벌어질 여러 일들을 생각하며 미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ㅎㄷㄷ.
커뮤니케이션의 횡포란 게 이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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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6:41 Delete Reply Permalink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꼭 좋은 것 많은 아니지요ㅎㅎ
그리움이라는 것이 조금씩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