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을 잘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뭐 힘빠지고 우울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현실 인식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잘 될 거라고 일부러 되뇌는 것보다는 적절한 체념이 더 희망에 가까울 수도 있다. 후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기대를 미리 버리려고 애쓰는 면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울기에 좀 애매해졌다. 

 

 

#말로 설명이 안 되면 안다고 할 수 없는 거야.(혹은 의미가 없는 거야)

   자주 듣고 자주 쓰는 흔한 말이다. 공부하면서 글을 평가할 때 많이 오가는 말이고, 개인적으로 말을 지금보다도 참 하기 어렵던 때, 많이 들었던 핀잔이기도 하다. 나는 받아들여야 할 훈육이라고 생각하면서, 저 지침에 다소 존경같은 걸 갖고 자발적으로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새삼스러운데 이제 좀 반항하고 싶어졌다. 물론 이 말이 자기 안을 거치지 않은 바깥의 언어를 아무렇게나 막 쓰면서도 그렇다는 의식조차 없는 엄밀하지 못한 태도를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근데 난 뭐랄까 좀 교조적으로 삶 전반에 적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열린 채로, 그냥 살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저 말이 방해가 되던 순간들이 종종 있지 않았나 싶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렇고. 무언가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꼭 모르는 건 아닌데. '안다'라는 말뜻을 오래 곱씹다 보면 각자가 자기 안에 가진 어떤 에너지같은 게 활동하고 있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게 떠오른다. 그런 생각은 좀 감동을 준다. 굳이 언어로 정리할 필요 따위 없이 그냥 몸으로 알면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이들의 앎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이런 게 피곤하게 만드는 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6/14 22:00 2011/06/14 22:00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peel/trackback/308


  1. 2011/06/20 21:44 Delete Reply Permalink

    그래서 불립문자 염화미소 이심전심이 있는 듯.;; 그런 가르침까진 아니어도, 웹툰 보면서도 많이 느껴. 예수는 유물론을 알았을거야.

    그리고 누가 그랬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1. Re: 어느바람
      2011/06/22 13:34 Delete Permalink

      웹툰 뭐 봐? 추천 좀..

    2. Re:
      2011/06/23 09:41 Delete Permalink

      음.. 아마 웹툰 조금 봤으면 내가 본 건 다 봤을 듯..;

      슴셋 좋았구,
      원미동백수도 좋았고..
      고양이 장례식, 그 때(홍작가)도 좋았고..
      하일권씨 웹툰 몽땅(걔 중 두근두근두근거려 재밌게 봤어ㅎㅎ)

      이건 짧은 것들.

      주호민씨 무한동력(덤으로 신과함께) - 이거 길어. 그래도 재밌어.

      음.. 남기한엘리트만들기는 낄낄거리면서 봤고..

      적고 보니 다 고만고만한 분위기의 웹툰들이다..ㅋ

      윤태호씨 이끼.. 그리고 요즘 윤태호씨가 훅에 연재하고 있는 내부자들도 재밌어.

      공포물로는 미스터리호러지하철 무서웠어. 음.

      웹툰에 bgm 나오는 것도 있고, 신천지.;;

« Previous : 1 : ... 48 : 49 : 50 : 51 : 52 : 53 : 54 : 55 : 56 : ... 22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