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구는 같이 식당이나 술집에 갔다 오면 종업원을 곧잘 험담했다. 유독 자기에게만 불친절하게 군다고 불편해했다. 나로서는 눈치가 없어선지 친구 생각에 공감해 본 일이 없었다. 꼭 그런 건 아닐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몇 번은 다독이며 넘어갔지만 나중엔 좀 짜증스러워졌다.

농성중인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 때가 되자 그들은 농성장 근처의 방송사 구내 식당으로 가자며 나섰다. 함께 점심을 들러 찾아온 그들의 친구는 그 방송사 퇴직 PD였고, 그들의 딸은 그 방송사 기자로 재직 중이었다. 어찌됐든 간에 방송사 출입이 간단치 않음을 나는 알고 있었는데, 퇴직 PD는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우겼지만 별 수 없었다. 결국 이래저래 해서 그들의 딸을 불러내야 했다. 투쟁의 당위에 대해 힘 있게 얘기하던 이들이 순간 그저 초라한 노인이 되버렸다. 따라오지 않는 편이 나았으려나 싶었다.

옛날에 친구랑 오이도 바다에 갔다가 가벼운 주머니 때문에 회 대신(그때 나는 회를 못 먹었지만) 양념치킨을 배터지게 먹고 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참 신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올해는 바닷바람을 몇 번 쐐도 가슴이 잘 안 뛰었다.

지하철 플랫폼 벤치에서 부부인지 아닌 지 모를 노인 남녀가 꼭 붙어 앉아 델리 만쥬를 나눠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정다웠던지 나중에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흐뭇했다.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 구멍가게에서 술을 사다가 선생님 둘과 마주쳤다. 선생님이 우유를 사 건네며 안아 주는데, 제대로 대화 한번 안 해본 선생님 품에서 꺽꺽 울었다. 근데 선생님이 어떤 남자애 이름을 입에 올리며 그 애 때문이냐고 물었다. 우느라 반응을 안했지만 참 쌩뚱맞았다.

열 살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뺨을 맞았다. 그 때 자리 바꾸기는 꽤 중요한 행사였는데 담임 선생님이 임의로 자리를 바꿔서 심통이 났다. 선생님에게 상스러운 욕을 한 걸 남자애들이 일렀다. 선생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한 건 그가 정말로 상처받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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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00:57 2011/03/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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