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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정체성이라는 문제

역시 주말이 지나니, 뭔가 정리하는 글들이 나오긴 한다. 블로그 홈에 있는 '심상정 단일화'에 대한 글도 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전제를 이야기하자. 나는 '채경'님이 쓴 글에 동의한다. 글의 시작에서 끝까지 완결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건 내가 개량주의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부르주아 제도정치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인가?

 

1.누가 말하는가?

 

내가 민주노동당에서 많은 연대 단체와 사업할 때 늘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일 못한다'는 것과 '심상정 노회찬이 너무 튀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작년 연말 대선후보 선출 때의 논란들.

 

글쓴이는 말했다. 운동권 띠나고, 순결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 끝난 거라고!

 

동의한다. 이는 말이 가지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발화가 발화자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즉 진성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왜 진보신당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안에서 당원간의 토론이 바깥의 논란에 근거로 쓰이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최소한 진보신당 내부의 당원토론은 그야말로 당원토론이기 때문이다. '당원끼리 다 먹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진보신당을 살려보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들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글쓴이가 인용한 분이 다시 사과글을 올렸다는 점을 빠뜨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신당에 비판하는 사람이 반드시 진보신당의 당원일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특히 이 '진보넷'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말하고픈 것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말해달라는 것이다.

 

2. 진보신당 그후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총선결과에 따라 진보신당은 존속과 해체의 갈림길에 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진보신당 이전에 소위 선도탈당파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의 주사파와 상응하는 반감을 가지고 있다.

 

묻자, 그들이 왜 민주노동당을  그렇게 흔들어놓고 나왔나? 그건 원칙과 정체성이라는 알리바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그 여파로 순식간에 운동의 전망이 흔들려버린 사람에게 원칙과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말이다. 내가 더 기분이 상하는 것은, 그런 인간들이 대부분 자기 먹고 살길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 놈의 진보정당은 노조나 사회단체 상근자들이 감놔라, 배놔라 정신없는 곳이 되어 버렸나?

 

솔직하게, 내주변에도, 진보신당 쪼개졌다고 하면 박수치며 좋아할 사람, 많다.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이유도 충분히 제출되고 있다. 심노 인물중심주의, 총선이라는 시기에 급조된 선거중심주의 등등.

 

그렇게 진보신당이 사라지면, 혹은 다른 세력과의 연합으로 새로운 운동체가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그곳에는 다들 참여해 힘을 보탤 수 있겠나?

 

솔직히 내 편견이다. 내 주의의 사람에 한정해서 보자면, 그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정치적 원칙과 정체성으로 환원되는 것을 무수히 봐왔다. 아니, 내가 왜 정당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의 술자리 안주가 되어야 하는가?

 

3. 나의 원칙과 전망

 

난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충분히 동의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를 쓰고 반대했던 때가 두번 있다. 한번은 학생일때 국민승리21과 청년진보당이 공존하던 시점이었다. 나와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은 청년진보당으로 갔다. 난 그들에게 '자기 만족'에 '지적 나르시시즘'이라며 비난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 청년진보당을 선택했던 이들이 옳았다. 난 아직까지 당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때 그사람들은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건실한 '비판적 사회인'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두번째는 바로 최근이다. 심상정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것인데, 아주 우습다. 원칙과 정체성이라고? 하하.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하. 누군 몰라서 하는 말인가?

 

개량의 페해를 말한다면, 독일 사민당의 베른슈타인분파에서 부터 90년대 중반 일본 사회당까지 역사적 사례도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많이 읽히던 레이코프의 '꼬끼리'를 근거로 한 '프레임' 이론에 근거하면 아주 논리적으로 개박살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심상정 단일화 찬성이냐고? 나의 비전은 '진보신당의 존속'에 있기 때문이다. 다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데, 진보신당의 존속은 나에겐 또 다른 실천의 장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실제로 제도정치에 맨얼굴을 닿지 않아본 인사들보다 지난 4년동안 별 그지같은 인사들 한 가운데서 고군분투했던 심상정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회찬도 신뢰한다.

 

진짜 운동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가깝게는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고, 크게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그런 갈등을 공개적으로 하고, 그 선택의 양방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4. 운동권 귀족들

 

시민사회운동도 10년씩은 넘는 구력을 가지고 있게 되니, 아주 우스워졌다.

 

100만원 안밖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가슴아프지만, 스스로에 대한 갱신없이 감놔라 배놔라는 참견주의는 도통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마찬가지 아닌가? 단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넘쳐나는 것이 원칙주의자들이다. 지역연맹과 중앙을 가보면, 사회주의 이론에 빠삭한 이들이 줄을 섰다. 문제는, 대부분 그런 주장들이 논평용 근거라는 거다.

 

시민단체는 어떤가? 나는 시민단체에서 '모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법제도 과정과 흐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주의주장'만으로 선명성을 주장한다. 나는 왜 보통의 시민단체들이 참여연대를 백안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만큼 제도투쟁이라고 열심히해서 바꿔놓은 성과가 있는 단체가 시민행동이나 경실련을 빼곤 어느 단체가 있는가?

 

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심지어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것을 당당하게 자랑거리로 말하는 이들이 각종 행사후원 등등도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하하.

 

5. 편견들, 편견들

 

알고 있다. 내가 심한 편견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절망했다.

민주노동당이 쪼개질때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당을 나온 상근자가 500명은 넘을 것이다. 지역까지 합치면 더 하겠지. 그들은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 것과 동시에 민주노동당 상근자였다는 캐리어를 가져야 한다. 난 이들처럼, 자신들이 걸어왔던 인생에 배신당한 이들을 알지 못한다. 같은 운동권 집단에서도 이들에게 관대한 시선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또 다시 주위에선 그들의 등을 떠밀어 진보신당에 우겨놓고 또 욕해댄다.

 

이 무슨, 콜로세움 노예경기도 아닌 상황이란 말인가?

 

나의 편견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난 이글을 블로그 홈에도 검색도 안되게 할 것이다. 하지만 꼭 이 글을 쓰고 싶었기에 쓴다. 다만 '평발'이란 나의 아이디를 보고 나의 맨얼굴을 떠올릴 몇몇 지인들을 위해 둘것이다. 난 내가 존경하는 지인들이 민주노동당의 분당때문에 한달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지난 연말에서 올 초까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나약해서 그런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짧게 겪어본 정당운동은, 말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더라. 그리고 원리 원칙이 매 순간 필요하것이 아니라, 큰 그림의 이정표로서 필요하더라.  그 말이 꼭 하고 싶었다.

 

나도 여건만 됐으면, 공부'나' 하는 건데 참, 이 무슨 뻘짓 인생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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