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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축구연맹, 쿠르드의 존재를 일깨우다?

피파 사무총장 어서 린시세계축구연맹(FIFA) 사무총장 어스 린시는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한 통의 사과 편지를 터키 축구연맹으로 보냈습니다.   

사연인즉슨, FIFA에서 발행하는〈2006 세계 축구 연감〉에서 터키의 공용어를 터키어와 쿠르드어로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편지에서 어스 린시는 “터키의 공용어?터키어”라며 FIFA의 실수를 사과 했습니다.   

 어찌 보면 하나의 우스운 사건일지도 모르는 이 일이 제 눈에 띄게 된 것은 바로 ‘쿠르드어’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쿠르드어를 쓰면 감옥 간다?   

터키 정부는 ‘한 민족, 한 언어’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하나의 국가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이 정책은 쿠르드인들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쿠르드인인 레쉬트 야르듬즈씨는 지난 10월 쿠르드어 사용죄(?)로 징역 6개월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터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하나의 언어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터키어가 아닌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터키 정부는 유럽 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허가 받은 일부 사설학원에서만 쿠르드어 교육을 가능하도록 만들어둔 상태입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인들이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그들의 입을 막고, 또 쿠르드와 쿠르드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다시 한번 쿠르드인들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91년 터키가 제정한 ‘반테러법(anti-terror law)’의 내용을 보면, 1조 테러리즘의 정의에서 테러리즘에 ‘분할될 수 없는 국가의 단일성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벌이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8조에서는 모임이나 집회 등지에서 분할될 수 없는 국가의 단일성에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벌이는 어떤 저술이나 발언도 2~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가 말하는 단일성이란 결국 터키는 오직 터키어만을 사용하는 터키인들만의 것이며, 쿠르드인과 쿠르드어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이툰 부대와 영화 <거북이도 난다>   

 앞에서 말씀드린 쿠르드는 터키 쪽 쿠르드이고, 한국에서는 이라크쪽 쿠르드인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파견한 자이툰 부대가 쿠르드 지역에 머물면서 더욱 알려지게 되었죠.  
   
오늘 자이툰 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자이툰 부대가 고대 농경문화의 황금기를 재현한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며 농업기술학교 건설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에 농업을 발전시키는 일은 농업 기술자들이 할 일이고, 학교를 건설하는 것은 건설 노동자들이 하면 될 일이지 한국 군대가 거기까지 가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군사공격과 전쟁으로 고통 받은 이들에게 또다시 군대를 몰고 가서 ‘평화’를 외치는 것 자체가 큰 모순입니다.   

 <거북이도 난다>라는 영화를 보신 분 계시죠? 이 영화의 배경이 미국의 침략을 앞둔 시점의 이라크 쪽 쿠르드 지역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바흐만 고바디는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파병 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한다. 군인을 보내기 보다는 컴퓨터, 기술력 등 다른 것을 보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지역에 있든지 쿠르드인들은 단지 그들이 쿠르드인이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정치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억압을 받아 왔습니다. 가해자가 터키든 이란이든 이라크든지 관계없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나라들에게 <세계인권선언>의 한 구절을 꼭 읽어 보고 실천할 것을 권합니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관련자료             

지도 : 쿠르드                          

문서: [터키] Anti-Terror Law : 반테러법

터키 정부에 대한 쿠르드인들의 요구
쿠르드 정당인 데합(DEHAP)의 입장

- 쿠르드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 중단
- 파괴된 도시와 마을 재건
- 터키인들과 같은 민주적 권리를 적용
- 문화, 언어 등 정체성 인정
- 정치 조직에 대한 탄압 중단 등

출처:미니의 짧은 생각(http://blog.ifis.or.kr/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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