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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 펴낸 책] 울산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울산노동정책교육협회, 1995

 

편집자 서문

 한낱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인간임을, 임금노예가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당당한 주인임을 선언하며, 지게차와 샌딩머신을 앞세우고 남목고개를 넘어 운동장으로, 시청으로 진군해 갔던 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치욕의 직권조인, 그 더러운 배신 행위를 단죄하고 단결과 투쟁의 구심, 민주노조를 세워내기 위해 떨쳐나섰던 노조민주화투쟁과 88∼89년 현대중공업 128일 파업투쟁!

"생명보다 소중한 새로운 삶의 터전, 민주노조를 빼앗길 수 없다!"며 자본과 권력의 군사작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민주노조 사수투쟁과 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

그리고 "현중이 깨지면 현자도 깨진다!"고 외치며 공장의 담벼락을 허물고 온몸으로 연대를 실천한 현대자동차 4. 28 연대투쟁!

명지대 학생 강경대군 타살과 박창수 위원장 옥중 사망으로 분출된 전민중적 거리투쟁에 노동자의 독자적 목소리와 조직대오로 참여하여 울산시내를 연일 노동자의 함성으로 뒤덮었던 91년 5월 투쟁!

"올라갈 골리앗도 피신할 오좌불도 없다!", 회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현장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리하여 이 패배로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이념과 조직, 그리고 투쟁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했던 91∼92년 현대자동차 성과분배투쟁!

92∼93년, 그 지리했던 민주노조 재건투쟁!

"현중과 현자가 만났다!", 이른바 문민정부의 '개혁'이 공장문 앞에서 어떻게 멈춰 서는지를 대공장 연대투쟁의 힘으로 입증했던 93년 현총련 공동임투!

전지협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촉발된 전국적 임투전선의 한복판에서 그 중심에 쏟아지는 하중을 단위사업장의 자율 타결로 비껴가고자 했던, 그래서 구멍난 현장과 연대의 문제를 상처투성이의 육성으로 질문했던 94년 현대중공업 파업투쟁!

자본의 신경영전략, 그것이 가져온 노동강도 강화와 산재사고 급증, 경쟁으로 발기발기 찢어져 황폐화된 현장에 맞서, 그리고 이른바 '실리주의' 노조 집행부의 방조 아래 자행되는 부당해고와 인간성 자체를 파괴해 들어오는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에 분노하여 온몸을 불태워 저항했던 95년 현대자동차 양봉수 동지 분신투쟁!

돌이켜 보면, 한해도 거르지 않은 '격전'의 연속이었다. 격동과 벅찬 감격의 순간도 있었고 패배와 좌절, 기나긴 침체와 견디기 힘든 시련의 시기도 있었다. 그 순간 순간들은 한마디로 "오늘 우리의 투쟁이 내일 우리의 삶을 결정"해온 과정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일 우리의 삶을 결정할 오늘 우리의 투쟁'을 새롭게 준비하고 계획하기 위해 여기, 지난 8년간 울산지역 노동운동의 역사를 한 데 묶는다. 여기 묶인 글들은 '격전'의 현장에서, '현중과 현자의 의식적 만남'을 준비하고, 대공장 노동운동의 정치적 임무를 촉구하며, 노동조합운동과 구별되는 선진노동대중의 현장조직운동을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전화·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해온 '발로 쓴 문제의식'들을 모은 것이다.

'1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의 역사'는 88, 89년 현대중공업 128일 파업투쟁에서부터 95년 현대자동차 6대 임원선거투쟁까지 각각의 투쟁에 대한 제안과 평가들로 묶여 있다. 여기에는 노조민주화투쟁, 민주노조 사수투쟁, 민주노조 재건투쟁과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부딪혔던 국가권력과의 물리적 충돌 등 대공장 파업투쟁의 전술적 제문제와 지자체선거, 총선, 대선 등 정치공간에 개입하여 수행해온 선거투쟁, 그리고 전국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발전 전망과 대공장 노동운동의 임무, 현장조직운동의 운영원리 등 조직적 제문제를 다룬 글들이 들어 있다. 이 글들은 영역을 나누어 편집하지 않고 시기별로 한 번에 묶었다. 시기별로 편집한 이유는 각각의 글들이 갖는 문제의식이 어떤 역사적 과정들을 거쳐 발전해왔는지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1부의 9장은 93년까지의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의 역사를 총괄한 글과 94년까지의 현대중공업 현장조직운동사를 총괄한 통사적 정리물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비롯하여 현대정공, 현대종합목재, 남구지역의 95년까지의 현장조직운동사는 다른 기회를 빌어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할 계획이다.

'2부. 효문, 남구지역 노동운동의 역사'에는 91년까지의 효문지역 노동운동사와 90년까지의 효성금속 민주세력의 활동과정, [남구 노동자의 집] 활동 평가, 그리고 91년 5월 투쟁 과정에서 제안된 [남구지역 노대위]에 대한 글들이 들어 있다. 91년 이후 효문, 남구지역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글을 찾기 어려웠고, 이 과정에 대한 정리와 평가는 현재 효문, 남구지역의 선진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남연추] 동지들의 몫이라 판단되어 생략했다.

이 자료집을 울산지역 선진노동자들에게 바친다. 아래로부터 민주노조를 강화하여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본격화하고, 노동조합운동과 구별되는 현장조직운동의 운영원리를 체화함과 동시에 '노동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활동양식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현시기 선진노동자들의 임무이다. 이 자료집이 선진노동자들의 앞으로의 활동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 자료집을 내는 데 누구보다도 많은 도움을 준 [부산노동자교육협회] 동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995년 11월 11일, 민주노총의 역사적 출범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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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6:31 2005/02/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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