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때로는 타고 가는 기차의 앞머리가 보인다
속도를 조금씩 늦추고
포물선을 그리며
철로를 지날 때
그 휘어짐 속에서는 보인다
어떤 대열 속에 몸을 싣고 있는지
대열이 더듬이를 어디로 옮겨가는지
질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게
언뜻 보인다
풍경보다 내 몸이 먼저 보이는 때가 있다
절망의 아가리 속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조차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지켜보아야 하는
참담함, 이 느리고도 쓸쓸한 대면이여
기차는 천천히 제 옆구리를 보여준다
어서 나를 찌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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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7 08:02 2005/11/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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