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타고 가는 기차의 앞머리가 보인다속도를 조금씩 늦추고포물선을 그리며철로를 지날 때그 휘어짐 속에서는 보인다어떤 대열 속에 몸을 싣고 있는지대열이 더듬이를 어디로 옮겨가는지질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게언뜻 보인다풍경보다 내 몸이 먼저 보이는 때가 있다절망의 아가리 속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조차고개를 돌리지 않고 지켜보아야 하는참담함, 이 느리고도 쓸쓸한 대면이여기차는 천천히 제 옆구리를 보여준다어서 나를 찌르라고